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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경남 밀양시 만어사

by 산드륵 201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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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8일 노을질 즈음

 

-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의 터다

 

 

차를 멈추니

세상이 노을에 물들고 있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나는 만어사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산불영魚山佛影


 

물고기 산에 붓다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가락국 옥지라는 연못에 살던 독룡과 옥지를 품은 산에 살던 나찰녀가 서로 사귀면서

뇌우와 우박을 일으켜 4년 동안 오곡의 결실을 방해하였다.

수로왕이 이를 막으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부처님께 도움을 청하였는데

이때 붓다께서 6비구와 1만 천인을 보내어 독룡과 나찰녀의 재앙을 잠재웠다.

그 천인들이 이렇듯 수많은 바윗돌이 되어 독룡과 나찰녀의 재앙을 막아내고 있는데

이 바위를 두드리면 종소리가 울려 펴진다고 한다. 


 

등 뒤로는 노을도 이미 지고

어산불영도 어둠에 잠겼는데

만어사 대웅전 뜰은 여전히 환하다.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산의 만어사


 

멋스런 현판에 눈길이 간다.


 

만어사 삼층석탑

삼국유사에는 1181년 세워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상륜부는 사라지고 없으나 담백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대웅전에는

본존불로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관세음보살을 협시 보살로 봉안하였다.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


 

세간법에 따라 사는 중생들을 위한 사천왕


 

그리고 영가단에는

벌써 한 해가 다 가는데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

청수 한 잔 올리려고 보니

매일 새 물로 올리는 청수 주전자는 거의 비어 있어서

아껴서 두 잔에 채워 드렸다.


 

석등에도 불이 들어왔는데

법의 뜰은 여전히 환하다.


 

이미 노을이 졌다는 것도 잊은채

까만 멍멍이와 놀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깊이 들어와 있었다.

어둠에 쫒기느라

대웅전에서 오른쪽으로 내린 터에 있는 미륵전의 사진은 찍지도 못했다.


 

사방이 어두워 분간을 할 수 없었지만 미륵전 안으로 들어섰다.

전기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어둠 속에서 삼배를 올리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으로 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돌이키다가 아차 싶었다.

애초 그 형상은 없었다.

토끼뿔을 찾아 어둠 속에서 헤매었다.

한 방 맞고 나니 오히려 향을 올리는 손에 정성이 들어간다.

참배 후 어둠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아니나 다를까 토끼뿔이 무섭구나, 아악.


 

<동국여지승람> <택리지> 등에는 이 미륵전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고 있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무척산 스님께 새로 살 곳을 물었다.

스님은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 있는 터이다라고 하였다.

용왕의 아들이 바다를 떠나는데 수많은 물고기들이 뒤를 따랐다.

결국 용왕의 아들은 이곳에서 멈추었는데

미륵전에 모신 거석이 바로 용왕의 아들이 깃든 곳이며

산으로 올라온 수많은 물고기들은 만어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만어사 뜰에도 비로소 어둠이 밀려왔다.

 

인적 끊긴 만어사 입구에서 오래도록 삼랑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자판기도 있어 밀크커피를 눌렀다.

자판기가 얼어서 커피 알갱이는 나오다 말고 따뜻한 물만 졸졸 흘렀다.

두 손으로 감싸안은 종이컵의 그 느낌이 더 좋았다.

 

전설은 노을이 되고

가버린 사람의 조각은 달빛 신화가 되니

그 속에서 인연 있으면

노을과 달빛이 서로 마주보게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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