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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노꼬메

by 산드륵 201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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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짐을 내려놓으면

어느새 새 짐이 올라와 있는 일상에서 빗겨나고 싶어 

토요일 오후의 무리한 산행을 시작한다.

 

애월읍 소길리와 유수암리에 걸쳐 있는 노꼬메 오름

 

제주 오름의 82% 정도가

대부분 100m 이하의 비고를 가진 것에 비하면

표고 833m 비고 234m의 노꼬메 오름은

제주의 수많은 오름 가운데서도 비교적 높은 오름에 속한다.  

 

동부지역의 다랑쉬 오름과 더불어

서부지역의 노꼬메 오름은

제주 오름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랜드마크로 지정되어

주변 주차장과 산책로 시설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 

 

잘 다듬어진 산책로  

 

거친 숲 속에서 갈림길을 만나 무작정 내키는대로 걷다가

아무도 올라 보지 않은 방향으로 정상에 오르곤 하는

그런 재미는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러나 노꼬메는 노꼬메 

 

흐드러진 억새가 출렁이는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눈도 마음도 시원해진다.

 

한대오름

 

어승생

 

억새와 동행하는 길

 

한라의 푸른 수림

 

산정의 바람

  

바람 불어 쓰러진 산을 보지 못했듯이

바람 불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억새도 본 적이 없다. 

 

 

 

 

 

 

바리메와 족은바리메 

 

노로오름

 

천아오름 건너 어승생, 그 건너 한라

 

그 한라의 지맥이 흐르다가

나에게 와서야 멈춘다.

  

노꼬메와 형제지간인 족은 노꼬메 

 

그 형제의 이름이

높아서 '노꼬'인지

그 옛날 사슴이 살았던 녹고鹿古여서 '노꼬'인지

사슴과 개의 형국을 닮은 녹구鹿여서 '노꼬'인지는 몰라도

무언가 박차오르는 듯한 기운이 살아있는 산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내리막길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산정이다.

산정의 등성이 한가닥 뻗어나온 곳에 자리한 옛 사람의 무덤.

산정 위에서 또 하나의 산정을 만들고 싶었나 보다.

 

한쪽이 솟았으니 또 한쪽은 깊이 잠긴 노꼬메의 굼부리

 

산정의 기분좋은 거센 바람이

굼부리의 깊은 숨결을 끌어올린다.

 

산 너머로는 흩어지는 빗방울처럼 외로이 떨어져 있는 섬

 

비양도

 

그리고 신제주 방향으로도 바다 안개가 몰려온다.

금세 사라진 빗방울처럼 모든 것이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굳이 어둠의 휘장을 치지 않아도

세상사나 인간사나 

잡아둘 곳 없기는 마찬가지.

 

그러길래 쉬어야 하리. 

 

성품이 공空인 색  

성품이 색色인 공空  

 

 

그 사이에서

내려놓은 곳도 없이

나의 짐은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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