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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동검은이 오름

by 산드륵 201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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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오르는 길에는 여러 길이 있다.

말테우리 옛 제주 사람처럼 천천히 초원에 스며

말떼와 소떼를 살피다가

바람의 방향이 바뀔 즈음이면 무심히 산을 내려온다.  

 

구좌읍 종달리 산 70번지 동검은이 오름 

 

다양한 화산체가 결합되어 있어서

바라보는 방향마다 그 모습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넉넉한 품이 품고 있는 모습 또한 기이하다 할 만하다.

 

송당리와 하도리 경계에 우뚝 선 동검은이 오름

표고 340m 둘레 3631m 면적 46만6283 평방미터의 우람한 산체로

동검은이 오름, 동거문 오름, 동거미 오름 등으로 불린다.

 

서쪽 방향의 서거문오름과 함께

동쪽 뱡향의 이 동거문오름은

'거문'이라는 제주어 속에 숨어서 그 정체를 쉬 드러내지 않는

제주 사람들의 핏속에 흐르는 심연 속의 경외감까지 포함하고 있다.   

  

요즘은 이 동검은이 오름도

'올레길'이라는 상품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상처난 그 모습을 알기에 일부러 다른 길을 택했다.

아주 먼 기슭에서부터 찬찬히 걸어가다 보니

정겨운 알오름이 반긴다. 

 

동검은이 오름 정상의 바람이 거칠고 거친 것을 알기에

기슭의 잔잔한 바람이 오히려 낯설다.

  

원추형으로 솟았는가 하면

삼태기처럼 파이기도 하고

다양한 이구류를 포함하여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동검은이 오름

 

등성이를 따라 삽질한 자국이 선명하다.

'올레길'이다.

 

기슭에서 걸음을 멈췄다.

 

성산포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능선 위에서 쉬어간다.

 

바람개비가 아니어도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향긋한 풀냄새가 아니어도 바람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이미 붉은 속살을 드러낼대로 드러낸 산길을 밟기가 겁이 난다.

 

오름의 등어리

폐타이어로 만들어놓은 일명 '탐방로'에서 타는듯한 고무 냄새가 났다.

나의 착각이다.

 

수직에 가깝게 흘러내린 굼부리

이 동검은이 오름은 모두 세 개의 서로다른 굼부리를 갖고 있다. 

 

백약이 오름

그 뒤로 오름의 어머니, 한라산이 구름 봉화를 피워 올리고 있다.

상처받은 오름들을 보며

인간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상을 포기하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여치처럼 가벼워야겠다.

나의 무게도 산에게는 고통이었다.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오름은 늘 곁에 있다.

  

동검은이 기슭에서 바라보이는 높은오름

 

동검은이오름과 높은오름이 어깨를 견주고 있다.

 

유려한 다랑쉬의 모습도 여기서는 색다른게 보인다. 

 

돝오름과 둔지오름

  

손지봉과 용눈이 오름

 

용눈이오름에 여러번 올랐지만

저렇게 토실토실하니 고운 줄을

여기 와서야 알게 된다.

 

동검은이 오름을 따라 쏟아진 알오름

금방이라도 살아서 기어갈 듯하다.

산이 살아야 명당이지 죽어서야 명당이겠는가.

 

알오름과 무덤 사이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듯

사람의 길이 외줄을 타고 있다.

 

이 삶이 꿈이려니

기왕이면 탐진치를 덜어내 가벼운 꿈을 꾸고

이 산에 가야한다면

기왕이면 덜어낼 것은 덜어내 무게를 줄여라.

그게 덜 상처 받고 그게 덜 상처 주는 일. 

 

 

 

 



연주곡 Ennio Morricone - Gabriel's Ob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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