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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비치미와 도리미

by 산드륵 201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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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었다.

 

비치미에 올라서야

새삼 알았다.

나 홀로 여지껏 겨울이었음을 알았다.

 

비치미

 

햇살은 더없이 따뜻하고

바람은 여전히 차가운

비치미의 능선에 마음을 기댄다.

 

 

그 햇살과 그 바람 속에서

잠시 쉬어간다.

 

개오름

 

좌보미

 

따라비

 

저 멀리 높은오름, 다랑쉬, 동거미, 백약이오름

 

큰사슴이, 성불오름

 

한라와 성불오름

 

부대악과 거문오름

 

이렇게 낱낱이 이름을 불러본다.

이름을 부르면 함께 했던 추억이 대답한다.

  

비치미 굼부리의 진달래

 

두꺼운 바람막이 외투를 벗지 못한 그대가

마음에 크게 걸린다.

 

보옴

 

그 눈부심이 벅차다.

 

그 눈부심조차 시리고 시리다.

 

저 건너 개오름에서부터

꽃을 따라 걸어올라온 길

 

비치미의 정상에 올라

가슴에 꽃을 단다.

여기서 멈추고 싶다.

 

그러나 걸음은 어느새 꽃을 버리고

비치미와 연결된 도리미로 향하고 있다.

 

걷는가 하면, 뛰기도 하면서

큰 세상 속에서 제각각 살고 있는 소떼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본다.

인간사와  다르지 않다.

 

높은오름과 다랑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민오름, 거슨새미도 가깝다.

 

고운 길 끝의 도리미 정상

 

표고 312m 도리미의 정상에도

진달래가 한창이다.

 

뒤돌아보니 비치미. 

비치미에서 보지 못한 그 굼부리를

도리미에서 본다.

 

영주산

 

개오름도 훤히 보인다.

 

봄이다.

 

한라를 향하는 봄길을 따라

다시, 뚜벅뚜벅

걷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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