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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불래오름

by 산드륵 201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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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자암에서 불래오름으로 오르고 있다.

길은 없다.

다만  숲 사이로 언뜻 비치는 하늘이 좌표라면 좌표다.

 

불래오름 정상에 가까워져서야

뒤를 돌아본다.

구름이 사박사박 내 뒤를 밟고 있었다.

 

한걸음씩 나를 향해 다가와서는

차갑게 젖은 손을 내민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제 갈 길로 간다.

 

병풍바위를 향하는 구름

 

구름에게

'걸림'이란 없어보인다.

 

숲을 지나고 사람을 지나간다.

 

소리딸나무를 지나간다.

 

상처 받은 것은 소리딸나무.

 

걸리지 않아

아프지도 않은 구름과 달리

소리딸나무는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표고 1374m의 불래오름에 오른 것은

저 구름과 마주서기 위해서였나.

 

구름이 걷히니

영실의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조그맣게 보인다.

내가 걸어온 지난 시간이 아득히 멀어 보인다.

 

매일 구름에 얼굴을 씻어 이리 고운가

 

희고 고운 얼굴 덕에

잠깐 시름을 잊었다.

 

불래오름 정상에서 만나는

노로오름, 노꼬메, 붉은오름

 

이스렁오름, 쳇망오름

 

붉은오름

 

천백고지와 노로오름이 아주 멀리 있다.

저 먼 저 숲을 한없이 걸으면 내 몸에도 초록의 싱그런 기운이 다시금 돋아날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잠깐 휘청인다.

 

햇살 속에서 더욱 선명한 한라의 풍경.

구름이 와도 좋고

구름이 가도 좋은 것은

스스로가 이미 빛나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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