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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한라산 영실에서 웃세오름까지

by 산드륵 201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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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비가 내리고 바람은 거칠다.


 

이런 날


 

이런 날, 한라의 안개 바다에 침몰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


 

이런 날, 내 영혼까지 안개처럼 해방되기에 더 없이 좋은 날


 

이런 날, 제주 사람들의 신령스러운 터인 영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웃세오름을 향해 바람에 몸을 맡긴다.

웃세오름은 웃세붉은오름, 웃세누운오름, 웃세족은오름 등 3개의 오름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라산 천백고지 세오름 윗쪽에 있다고 하여 윗세오름이라고도 한다.


 

산방산


 

불래오름


 

안개가 걷히는 찰나의 틈 사이로 등장하는 풍경들.

그러나 조각난 꿈의 파편처럼 그들은 금세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웃세족은오름이 가깝다.

수천의 날개를 가진 한라의 바람이 비와 함께 달려와 온몸에 부딪힌다.

젖은 안경 너머로 보니 청년들조차 몸을 가누지 못하고 갈팡질팡이다.

즐겁다.


 

바람을 힘겹게 밀어올리며 웃세오름 산장에 도착했다.

웃세누운오름이 가까웠지만 본둥만둥이다.

그 와중에도 웃세오름 산장의 사발면을 비에 말아 먹고 차가운 마음을 녹이니 행복했다.


 

안개 속의 웃세붉은오름


 

안개 속의 웃세누운오름


 

안개 속의 선작지왓


 

하산하는 길에 들어서야 마음 놓고 그들 풍경들과 마주한다.


 

다시 안개가 밀려오고 있다.


 

해발 1500m와 1700m 사이에 펼쳐진

웃세오름 고원


 

누런 조릿대와 붉은 진달래와 검은 현무암과 흰 안개가 뒤섞여

꿈길을 걷는듯하다.


 

선작지왓 전망대.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오르는 맛이 일품이다.


 

웃세족은오름을 타고 오른 진달래꽃길은 더욱 일품이다.


 

진달래 꽃오름에는 따뜻한 햇살


그 뒤로는 안개바다


 

 

 

 

머리 위로는 후두둑 빗방울


 

과거, 현재, 미래가 한곳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나

하나이면서 셋이기에 그들은 하나도 아니고 셋도 아니다.


 

검은구상나무숲을 찬찬히 바라보며 천천히 영실로 내려가고 있다.

이제야 올라오는 이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바람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있다.

올 때 보지 못한 것, 갈 때 그들도 보겠지만

우리네 오고가는 인생길을 보는 듯하여 마음이 절로 가라앉는다.


 

올라갈 때 보지못한 오백장군들을 만나고 있다.


 

마음 따라 그들 형상도 다르게 읽힌다.


 

보관을 쓴 보살의 뒷모습처럼 읽혔다면 너무 지나쳤나.

 


산의 높이만큼이나 깊은 저 계곡에

가득했던 안개가 물러나고 있다.


불래오름 너머로 물러선 안개


 

영실의 너른 품이 서서히 드러난다.


 

화창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올려다본 세상은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다시금 쏟아지는 안개


 

병풍바위 앞에서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안개가 온몸에 퍼진다.

안개의 숨결을 따라가다가 생각한다.

이 기운으로 세상에서 얼마를 더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그러니 또 등산화 끈을 동여매고 다시 산을 오르는 거겠지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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