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읍 금악리 금오름.
표고 428m 비고 180m의 산체로
금을악, 금물악, 흑악, 금악으로도 불린다.
이 오름에 나타나는 '금', 혹은 '검'이라는 호칭은
'신神'이라는 어원을 가진 옛말로
지역마다 '검은오름'이라는 호칭을 가진 오름들이 지닌 신성성이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직 하늘로 이어진
가파른 산길을 타고 오르다가
하늘과 산길이 맞닿은 곳에서
한 발을 더 내디딘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드러나는 금오름 정상의 화구.
금악담이라고 불리는 이 화구호는
'백록담에 버금가는 분화구의 못'이라는데
올 여름의 심한 가뭄 때문인지 바짝 말라 있다.
화구호 가까이 내려온 낮은 구름이
전생에 금악담에서 일렁이던 물결인듯
가볍게 흔들거린다.
가을 너머의 비양도
가을 들녁 너머의 선소오름과 갯거리오름
가을이 여기서 잠깐 쉬어간다.
굼부리를 따라 걸으면
함께 따라오는 정물오름과, 또 그 뒤를 따라오는 당오름과 도너리오름
북도라진오름, 다래오름
그들을 따라 걸다가
문득 그들이 전하는 소리를 듣는다.
가을이 보낸 전파.
그래.
메마른 얼굴로
이 가을을 보내서야 쓰나.
비구름이 가까우니
이제 곧 저 화구호에도
맑은 가을 물결이 출렁일텐데
홀로 귀를 막고 서 있어도
가을 바람은 미친듯 몸을 흔들어댈텐데
가을에는
가을처럼 살아야지.
가을꽃과 인사한다.
작은 것들과도 인사한다.
그리고 비로소 가을이다.
가을 너머의 저지오름
가을 하늘 아래의 남송이오름과 산방산
도너리오름
이달,새별, 바리메
가을이다.
또 한 번의 가을이다.
이 가을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만나게될까 생각하니
이 한 번의 가을이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