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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 길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서둘러 가던 목적지도 잊었다.
꽃을 따라 걷는 길
바람 따라 걷는 길
그 길 위에서
가던 곳 따위는 잊어도 좋으리.
가을이 깊으니
가던 곳 따위는 잊어도 좋으리.
오름에 오르지 않아도
그 들녁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길이 있으면 길을 따라 걷고
길이 없으면 그저 하늘바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푸른 하늘과 흰구름만으로도
삶은 충만하다.
저 구름
저 하늘
들녁의 저 바람이 전하는 소리
모든 것이 꿈결같다.
살아온 시간이 꿈결같다.
살아갈 시간이 꿈결같다.
걷고 있는 이 순간마저 꿈결같다.
멈춘다.
길 위에서.
멈추고, 꿈을 깨고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여전히 허공으로 바람이 불고
흰 구름 몇 개 모였다 흩어졌다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