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5
강진을 떠나며
다시 한번 지도를 꼼꼼하게 살폈다.
산줄기를 타고 흐르던 시선이
만덕산 옥련사에 닿았다.
강진 덕남리의 기룡 마을 뒤
만덕산 중턱에 자리잡은 옥련사
강진 백련사의 산내암자였던 송광암 터에
1947년 시절인연을 만나
사명을 옥련사라 하고 창건된 사찰이다.
옥련사 대웅전
대웅전의 본존불은
원래 용운리 정수사에 봉안되어 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1684년 숙종 10년 조성된 석가여래불.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석가의 시선이
오래도록 나를 붙든다.
대웅전 왼편 벽면에는
벽화 대신
나옹화상의 토굴가가 새겨져 있다.
청산림 깊은 곳에 일간 토굴 지어놓고
송문을 반개하고 석경을 배회하니
녹양춘 삼월하에 춘풍이 문득 불어
나무가 혼동한다.
정전에 백종화는 처처에 피었는데
풍경도 좋거니와 물색이 더욱 좋다.
그중에 무삼 일이 세상에 최귀한고.
일편무위 진묘향을 옥로중에 꽂아두고
적적한 명창 하에 묵묵히 혼자 앉아
십년을 기한정코 일대사를 궁구하니
증전에 모르던 일 금일에야 알았구나.
일단고명 심지월은 만고에 발았는데
무명장야 업파랑에 길 못 찾아 헤맸도다.
영축상 제불회상 처처에 모였거든
소림굴 조사 가풍 어찌 멀리 찾을손가.
청산은 묵묵하고 녹수는 잔잔한데
청풍이 슬슬하니 이 어떠한 경계이며 이 어떠한 소식인고.
일리제풍 나툰 중에 활개조차 구족하다.
천봉만학 푸른 송엽 일발중에 담아두고
백공천장 기운 누비 두 어깨에 걸쳤으니
의식이 담박한데 세욕이 있을손가.
인아사상 쓸데없다.
사상산이 없는 곳에 법성산 높고 높아
일물도 없는 중에 법계 일상 나투었다.
교교한 야월하에 원각산 선뜻 올라
무공적을 빗겨 불고 몰현금 높이 탈제
석호는 무영하고 송풍은 화답하니
무위자성 진실락이 이 속에 갖추었고
무착령 올라서서 불지촌 굽어보니
각수에 담화는 처처에 난만개라.
삼성각
용화전.
법당 문이 잠겨있다.
닫힌 문을 열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는다.
연못에 물이 맑아야
달이 저절로 비추이듯
모든 일은 때가 되야
그 모습을 비추리니
다만 그날을 기약할 뿐이다.
아니다.
어쩌면 그날을 기다릴 것도 없다.
나옹화상의 말씀처럼
석호는 무영하고 송풍은 화답하니
무위자성 진실락이 이 속에 갖추었고
무착령 올라서서 불지촌 굽어보니
각수에 담화는 처처에 난만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