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모구리오름.
모구리야영장 안으로 산책길이 나 있다.
겨울 바람이 칼칼하게 불어왔지만
걷기에는 아무 무리가 없었다.
제 힘으로는 몇 발자국도 걷지 못하는 늙으신 어머니도
이 길이라면
쉬엄쉬엄 걸어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영주산.
새롭게 조성된 삼달풍력단지의 바람개비로부터 빗겨나 있어
그 고운 자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오름을 마주보며 걷는 길.
머리속까지 상쾌해진다.
표고 255.8m.
비고 76m.
굼부리 안에 또다른 알오름을 품고 있는
이중화산이다.
모구악은
어미개가 모로 누운 형체여서 붙은 이름이라 하고
알오름은
어미의 젖을 그리워하다 굳어버린 강아지 모습이라 하여
젯그린동산, 혹은 개동산이라 불린다 한다.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
정상이 머지 않았다.
오름의 정상
산지기의 집이 비어 있다.
산지기의 집안을 엿본다.
'월색화색불여'라고 쓰여있다.
月色花色不如 吾家族和顔色
달빛, 꽃빛이 내 가족 편안한 얼굴빛만 할까라고 새기려던 모양인데
왜 쓰다 말았을까.
몇 점의 얼록.
그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스승의 말조차
얽매이면 구속이니
스스로 자유로워지자는
산지기는 지금 없네.
낮은 구름
푸른 하늘
좌보미오름
다랑쉬, 용눈이오름
성산 일출봉
겨울바람이 씻어낸 눈부신 제주의 풍경이다.
모구리오름의 편백숲길
차고 맑은 숲에서
생각은 더욱 담백해진다.
내 빛깔도 끝내는 담백한 겨울숲을 닮기를
숲이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