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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에서 민오름으로 빠지는 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아스팔트길에서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한라의 깊은 속살이 보인다.
조릿대의 길
줄딸기의 길
더듬이가 제 몸의 크기보다 훨씬 긴 곤충이
더더욱 경계를 늦추지 않는 길.
사려니 길을 지나는 자동차들의 경적소리와
소리를 죽인 깊디깊은 숲속의 풍경 속에서
나는 잠시 혼돈을 느낀다.
그러나 혼돈은 잠시 접어두고
새 살 돋는 숲 속에서
그들과 함께 깊은 숨을 들이쉰다.
박쥐나무의 길
용둥굴레의 길
등수국의 길
등수국은
암벽과 나무줄기를 타고 20여cm 정도 자라는데
제주도, 울릉도,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참꽃을 둘러싼 흰 꽃은 헛꽃이다.
헛꽃이 3-4개인 것이
바위수국과 차이가 난다.
바위수국은 헛꽃이 1개.
곱다.
그 빛깔과 그 향기와 공존할 수 있어서 기쁘다.
날마다 슬프고 날마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저들만큼 고와서 기쁜
그런 순간순간과 마주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모두가 꽃이다.
한라산 족두리풀의 길
말나리의 길
어떤 빛깔의 꽃잎이 열려
환히 빛날지 기다려진다.
산들바람을 따라 걷다보니
민오름 밑으로 난 목장길로 빠져나왔다.
숲에 젖어들기에는 너무 짧은 아쉬운 길.
그러나 한줌의 향기만으로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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