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비양도.
우리나라 최연소 화산섬으로 알려진 곳이다.
비양도 곳곳에서 화산 폭발 당시의 특질을 살펴볼 수 있어
학술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 섬.
대나무가 많아서 대섬이라고도 불렸었는데
1988년 비양도의 화재로 인해
현재는 비양봉 일부 구간에서만 대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오전 9시와 12시에 비양도로 들어가는 배가 운항되는데
관광 성수기에는
정원 50명만 채워지면 수시로 운항한다.
비양도의 둘레는 약 2.5km.
섬이 곧 오름이다.
우리는 비양항 선착장에서 내려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장 골목으로 들어가
펄랑못을 걷고
수석거리와 돌공원을 지나
비양봉에 오른 후
다시 비양항 선착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펄랑못.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형성된 염습지.
비양봉이 발을 담근 곳.
황근, 해녀콩, 갯질경이, 갯하늘지기, 갯잔디가 사는 곳.
청둥오리, 갈매기, 해오라기가 날아드는 곳.
그리고 걷기에 좋은 곳.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마다 제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 서 있다.
고려사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고려 목종 5년, 1002년 6월의 기록이다.
목종 5년 6월 탐라의 산에 네 곳의 구멍이 열리어
붉은 색 물이 솟아 나오기를 5일 동안 하다가 그쳤는데
그 물은 모두 와석(瓦石)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穆宗五年六月 耽羅山開四孔 赤水湧出 五日而止 其水皆成瓦石
고려사의 또다른 기록이다.
고려 목종 10년, 1007년의 일이다.
탐라에서 상서로운 산이 바다에서 솟아났다 하므로
태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가서 보게 하였다.
탐라인들이 말하였다.
산이 처음 솟아나올 때에 구름과 안개로 어두컴컴했으며 땅이 진동하여 우레가 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레 밤낮 만에야 비로소 걷히니 산의 높이는 백장이 넘고 둘레는 40리가 넘었으며
초목은 없고 연기가 그 위를 덮고 있어 바라보면 석류황(石硫黃)과 같기에 사람들이 두려운 나머지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
전공지가 직접 산 아래까지 가서 그 모습을 그려서 바쳤다.
十年 耽羅瑞山湧出海中 遣大學博士 田拱之 往視之.
耽羅人言 山之始出也, 雲霧晦冥 地動如雷 凡七晝夜 始開霽 山高可百餘丈 周圍可四十餘里
無草木 烟氣羃其上 望之如石硫黃 人恐懼不敢近
拱之躬至山下 圖其形以進
고려사에 기록된 화산이
바로 비양도라는 것이
오늘날 대부분 학자들의 주장이다.
비양봉 정상에서
이쪽으로 우르르 저쪽으로 우르르 떼지어 몰려다니는 흑염소들 때문에
알을 품었던 매가 놀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곳 해안에도 괭생이 모자반.
화산석 위에서 썩어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인력이 부족하여 수거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갯메꽃.
수수하고 청초한 아름다움이 햇살 아래서 빛난다.
썩을 것은 썩어가고
빛나는 것은 그 곁에서 또 빛나고.
그렇게 제 갈 길을 간다.
괭생이 모자반이고 뭐고
낚시에 여념이 없는 강태공들.
그렇게 저마다 제 삶을 누리는 길.
그 길에서 만나는 '애기업은 돌'.
높이 8m, 둘레 6m의 이 화산석은
용암동굴 내부에 형성된 용암기둥이 지상으로 드러난 것으로
그 형상이 마치 애기를 업은 채 바다로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애기업은 돌이라 불린다.
코끼리 바위.
바위가 흰 색의 새 똥으로 덮여있다.
바위의 새 똥은
이곳이
인간으로부터 어떤 위해를 받지 않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새들의 서식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양한 화산석들의 모습.
화산 분출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충분한 곳이
바로 이곳 비양도.
그 비양도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비양봉으로 오르는 길.
바다내음 가득한 산.
천천히 걸어서 20여분이면 충분하다.
비양봉의 깊은 굼부리.
멀리 등대가 보이는 곳이
비양봉의 정상이다.
산기슭에 멈춰서
바다내음을 맡는다.
하늘계단으로 오른다.
협재 바닷가의 풍경이 뒤따라 온다.
대숲길.
대섬이라 불릴 정도로 대나무가 많았다고 하나
지금은 이곳에서나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과오름과 고내봉의 고운 능선과 해안의 집들
그리고 고기잡이배들까지 세상은 푸르다.
하늘도 푸르다.
그 푸른 우주에 안긴
우리네 하루는
연보라빛으로 출렁인다.
저마다
바람에 쉬이 다치는 꽃잎처럼
세상을 살지만
그보다 더 큰 푸르름이
무한한 신뢰와 다감한 연민처럼 감싸고 있어
길은 평화롭다.
푸른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여주고
초록빛 저 산처럼 큰 배경이 되어주는
착한 인연들에게
한아름 연보라빛 저 꽃을 꺾어 바칠지이다.
산정상의 등대.
염려의 마음으로
푸른 바다를 지키고 있다.
아웅다웅 걸어온 세월.
그 세월을 함께 해 준
고운 인연들.
감사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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