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궤펜이 오름

by 산드륵 2015. 10. 25.
728x90


궤펜이오름


 

애써 찾지 않아도 되는

피할 수 없어서 만나게 되는

그런 곳으로

단풍을 마중나갔다. 


 

해발은 대충 730m.

사람들이 숨쉬기에 가장 편하다는 해발고지.


 

단풍나무 길을 지나

떡갈나무 길을 지나

도토리를 뽀득뽀득 밟으며

그렇게 한참.


 

허공을 감아 오르는 

담쟁이 길도 한참.


 

노랗게 단풍든 고사리 길도 한참.


 

단지 이 길을

그것도 한참을

서걱이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길.


 

한라의 가을.


 

한라의 가을 앞에서는

모든 절제를 풀어헤친다.


 

동여매었던 감정을 풀어준다.

좋다.


 

길.


 

길은

언제나 초행길.

 

 

그것이

길의 본질.


 

그러나

그 길의 본질을 잊는 순간

집착하는 순간

날개를 잃어버리게 된다.

날 수 없게 된다.

 


길.


 

한라의 단풍길.


 

노루물.


 

한라에도 가뭄이 들었는지

노루물이 많이 줄어있다.


 

목이 마른 것도 아닌데

노루처럼

샘물을

쉬 떠나지 못한다.

제 얼굴을 비춰보고 나서야

만족한 듯 다시 길을 걷는다.


 

계곡을 건너니

비로소 궤펜이오름으로 오르는 길.


 

환하다.


 

누구나

몸을 버리고

떠나기 전에

환하던 시절도 있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슬프겠지.


 

궤펜이오름.

세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데

동쪽이 주봉

가운데는 샛궤펜이

서쪽이 섯궤펜이이다.


 

샛궤펜이로 먼저 오른다.


 

주봉을 먼저 올라버리면

나중에 다시 돌아오기가 어려운 길이다.

잡목들이 우거져 있고

전망이 트이지 않아

그저 숲길을 걷는 것에 만족해야한다.


 

오래된 낙엽길이 미끄럽다.


 

경사 역시 가파르다.


 

샛궤펜이 능선에서

표고 792m의 주봉으로 가는 길.

'산의 겸손과 침묵의 소리를 듣기 위해 왔노라'고 쓰인

노란 리본이 단풍 속에 묻혀있다.

산을 많이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나 보다.


 

궤펜이오름 정상.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가까이 다가온다.

우리를 먹이감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찻오름.

 


절물, 민오름, 지그리, 바농, 새미오름.

이름을 부르는 것이 주문을 외는 것같다.


 

다랑쉬, 높은, 동거미, 백약이, 좌보미.

주문을 걸어본다. 산기슭의 모두 평화로워라.


 

가을 산수국.

피고 지는

사계절을 모두 품었다.

 

 

까만 보석. 


 

푸른 보석.

과연

산수국의 오름, 궤펜이답다.


 

지금은 단풍이 곱지만

여름에는 흐드러진 산수국으로

걸음을 걷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어느새 하산길.


 

궤펜이 정상에는

길도 여러 갈래.

세 봉우리가 각각 굼부리를 가지고 있어서

어느 길로 내려갈까

망설일 수밖에 없다.


 

성널오름.


 

물오름과 성널오름.


 

천천히 길을 내려오면서

마음은

벌써

다음 길을 찾고 있다.

한라의 단풍은

아마

다음 주가 절정일 듯 싶은데

놓치지는 않을런지 조심스럽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우봉  (0) 2016.02.18
능화오름  (0) 2015.11.01
손지오름  (0) 2015.10.11
대관탈도  (0) 2015.10.10
소관탈도  (0) 201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