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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담양 용흥사

by 산드륵 2016.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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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 용구산 용흥사


 

겨울 산사.

잠깐 꿈을 꾼듯 아득하다.
햇살조차 멈추었다.


 

출가하기 좋은 거리.


 

출가 전 남은 상념은 한줌 눈.


 

화로에 떨어지는 눈송이같이

존재의 시간 속 상념들은

모두 찰나라 하지만

가끔은 

시린 얼굴로

멈추고도 싶다.


 

저 문을 건너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갈 곳이 사라진다.

꿈처럼.

이슬처럼.

혹은 신기루처럼.


 

출가의 마음으로 들어선

전남 담양 월산면 용흥리 용흥사.


 

겨울산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시린 적막이 

점점 더

신발을

천천히 끌게 한다.


 

더디게 걸어

오래 머물고 싶다.

탑돌이를 하며 시간을 끈다.

겨울산사의 아침 향기를 따라 돌고돈다.


 

동안거에 든 몽성선원


 


백양사 말사.

백제 어느 때 창건되었다는데

자세한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선 숙종 당시 숙빈 최씨가 영조의 원찰로 삼고

용구사라는 사명을 용흥사로 바꾸었고

용구산이라는 산 이름도 몽성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대웅전과 미타전 그리고 삼성각


 

다만 스스로  온갖 만물에 끄달리지 않을 수 있다면

만물이 항상 에워싸고 있음이 무슨 방해가 되겠는가.

쇠로 만든 소가 사자의 포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무로 만든 사람이 꽃과 새를 보는 것과 같네.


 

대웅전의 석가모니불과 좌우협시보살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용흥사 범종.

1644년 인조 22년 조성되었는데

당시까지의 사명이 용구사였음을 새겨놓고 있다.


 

상단의 불보살 뒤로는

영산후불탱화.



대웅전 옆으로는 미타전.

미타전 안에서는

탱화 속에서나 보았던 나반존자같은 노스님이

기도중이었다.


 

법당 안을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을

주련을 짚어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나무로 만든 사람은 본래 무정하고

그림의 꽃과 새는 사람을 만나도 놀라지 않으니

마음의 여여함이 다만 이와 같다면

어느 곳에서든 보리도를 이루지 못할까.

 

나무로 만든 사람이

꽃과 새를 보고 동요하지 않듯이

꽃과 새소리 사이에서

혹은 어떤 세상만사 속에서도

걸림없이 여여하라.

 

 

삼성각.


 

배롱나무

 


담양 용흥사는

7개의 산내암자를 거느리며

한 때 융성했으나

19세기말 의병의 본거지가 되면서

관군에 의해 전소되고

이후 1930년대에 이르러

정신스님에 의해 중건되었으나

또다시 한국전쟁으로 인해 소실되었다.

1957년에 다시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는 용흥사이다.


 

그 용흥사에

오늘은 눈이 내려

천천히 걷기에 좋았다.

 


겨울이 깊어가며

하나씩 줄어드는 곶감. 


 

우리의 시간도

그렇듯 날마다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시간여행 위에서 돌아본 눈밭.

난장판의 법문.

어지러운 발자국은 제마음 같아 부끄러워지니

그래서 선사는 눈길을 함부로 걷지마라 하였구나.

 

 

용흥사 부도전의 일옥탑.

일옥탑이라 새겨져 있어

진묵대사의 부도로도 추정하는데

정확한 것은 아니다.

진묵대사의 부도를 찾아

전북 완주 봉서사로 가보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다.

 

 


눈쌓인 부도전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무엇이 스스로를 에워싸고 있던지 간에

그 무엇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대자유인.

멋진 여행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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