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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남원 선국사

by 산드륵 2016.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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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선국사를 찾았다.

찾는 이도 많지 않은 깊은 겨울 산속인데

돌계단의 눈을 누군가 깨끗하게 쓸어놓았다.


 

선국사 입구의 교룡산성.


 

이 교룡산성은

해발 518m의 교룡산을 에워싼 둘레 3.1km의 산성으로

전라북도 기념물 제9호로 지정되어 있다.

 


홍예문.


 

동쪽에 계곡이 있어서

이 반월형 성문을 쌓았다고 한다.


 

교룡산성은

백제 시대에 쌓은 성으로

임진왜란 당시에는

승병 대장이던 처영스님이 고쳐쌓았는데

남원지역 20여개 성 가운데서

그 형태가 현재까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성안에는 99개의 우물이 있어서

인근지역 주민들이

유사시마다 몸을 피해 들어오던 곳.


 

동학혁명 당시에는

접주 김개남이 이끄는 농민군이

선국사에 머물면서

관군과의 대접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산성을 지나 선국사로 들어간다.


 

호남지역 6개 군현의 군량미를 보관하던

수비대의 본부.

 

의병들도

승병들도

농민군들도

쓰고나서 버려졌지만

그러나

그곳에

절이 있어 참 다행이다.


 

선국사로 들어섰다.


 

보제루 뒤로

대웅전과

칠층석탑을 감싸안은 배롱나무.


 

마음이 흔들렸다.


 

가장 아름다운 한때.

선국사의 그 순간과 마주친 것이 분명했다.


 

칠층탑은 작고 왜소했다.

 

 

배롱나무의 가지 품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선국사의 고요한 그 풍경 속으로는

용성선사도 걸어왔었다.


 

기다려.

얼어붙은 채

꽃으로

기다려준

이곳은

용성선사의 첫 출가지.


 

선국사.



선국사는

신라 신문왕 5년 685년에 창건되었으며

최초의 사명은 용천사였다.

이후

이곳이 교룡산성 안에서

전시의 방어진지 역할을 하면서

선국사로 사명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대웅전은

조선순조 3년 1803년에 지어진 것이라 한다.

 


선각사 대웅전 내부.

아미타여래좌상 옆으로 보살들이 협시하고 있다.

 


소박한 닫집 안에 좌정한 아미타여래좌상은

보물 1517호로 지정된 건칠아미타여래좌상이다.

목조불상 위에

삼베를 입히고 칠을 올리고

이렇게 예닐곱번을 거듭하여 만들어지는 건칠불상.

그 중에서도

선국사 아미타여래좌상은

현재 약 7점 정도가 남아있는

고려시대 건칠불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용이 지켜보고 있다.

여래를 보살들이 호위하고

그 여래와 보살을 온갖 만물이 호위하고

그 온갖 만물은 여래의 마음으로 회귀한다.

 

특이한 상호의 이 불상은

또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 머물게 되었을까.


 

선국사 대북.

둘레 269cm, 길이 102cm의 대북으로

소나무 몸통에 쇠가죽을 씌워 만든 것으로

승병들이 사용하던 것이라 한다.


 

보제루.

 

 

기둥 하나하나

소박한 이곳의 아름다움과 잘 어울린다.


 

산신각.


 

요사채로 쓰이는 관음전.


 

아미타불


 

배롱나무가 감싼 칠층석탑.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 선국사에

300여명의 승병이 머물렀다고 전해지는데

당시 승병대장 처영스님이 사용하던 교룡산성승장인이

1960년대 보월스님에 의해

이 보제루 마루 아래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저 아래는 남원이다.


 

이곳은 보제루이다.

두루 모든 이들을 구제하리라는 뜻이다.

사찰에 이와 같은 형식의 누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외세에 맞서기 위한 승병이 조직되면서

사찰 내의 결집장소로 만들어지다가

이후에는 사찰의 구성요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의 자손들이

다시 몇 백년 후

구한말의 의병이 되고

또다시 지붕의 눈처럼 이 땅에 소리없이 스미고

그렇게 그렇게

역사는 윤회한다.

윤회하는 역사를 바라보던

그곳 선국사에 눈이 쌓이니

덮힐 것은 덮혀

맑은 선정만

푸르디푸른 하늘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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