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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자배봉

by 산드륵 2016.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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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리 자배봉.

포제단과 봉수대

그리고 10여기의 고인돌 등을 찾아볼 수 있는 오름으로

오름 남서면 안부리에는

자배나무가 300여 미터나 군락을 이루고 있는 등

자배나무가 많아서

자배봉이라 불렸다고 한다.



오름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계단을 따라 곧장 올라서면

자배봉의 자생식물원.

자배나무 군락지인 것과는 관련없고

그보다 단풍나무, 동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들이 식재되어 있다.


 

자생식물원을 넘어선 곳에

숲으로 들어서는 오솔길.

억새가 젖었다.


 

하늘이 지워지고

바다가 지워진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려 한다.  



표고 211.3m의 자배봉으로 오르는 길.



오름 나그네들은

오름 입구에서 올라 순환로를 돌고

자생식물원은 따로 찾도록 

길을 조성한 듯 보인다.

그런데 정상에 거의 도착해서야

이곳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을 보았다.

서귀포시에서 자배봉의 여러 시설을 정비했으나

그 이후에 이곳이 사유지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오름 초입에도 안내문이 붙어있는데

그것은 오름을 내려가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제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오름에 올라버렸으니

그저 편안히 걷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편백나무숲길.

화산석들이 탑으로 쌓아 올려져있다.



봉수대 안내문.



동쪽의 토산봉과 서쪽의 예촌망까지

통신을 주고 받던 곳.

자배봉의 정상은 사면이 막혀있고

이곳만이 환히 트여있어

교신을 주고받기에 가장 적절했던 곳으로 보인다.



가세오름과

봉화를 주고받던 토산봉

그리고 그 앞의 넉시악



섶섬과 칡오름 사이



위미리 해안



남원리 해안



그리고

비구름에 가린 한라.

자배봉에서 직선거리로15km 정도 떨어진 한라의 빗방울이

이곳까지 도착하기까지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15km가 주는 여유로

굼부리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깊이 77m의 거대한 자배봉 굼부리.



굼부리 전체가

돌길로 둘러져 있고

돌길 안쪽 움푹한 그곳에는 또다시 숲이 우거져 있다.




편백나무, 소나무, 삼나무, 자귀나무, 붉가시나무, 상수리나무




웬만한 오름의 굼부리를

이미 다 보았던 이들이라도

이곳의 거칠고 깊은 숲은

매우 인상적일 것이다.



굼부리를 빠져나와

편안히 걷는 둘레길.



길은 길게 이어져 있고

간간이 스미는 젖은 바람은

신선하다.



고인돌



이곳 자배봉에

10여의 고인돌이 흩어져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깊은 숲을 떠도느라 몰랐는데

그새 비가 꽤 왔나보다.

바위틈에 벌써 빗물이 고였다.

노루물인가.



숲속의 노루.

10여마리가 숲길을 가로질러 오간다.

물 한 모금 마시려다

나그네와 마주쳤다.



노루들도

놀라지 않고 천천히 건너는 길.



노루가 잎새 사이로 지나가는 소리에

내가 놀라지 않듯

노루도 찰칵이는 카메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아마

사람을 겪어보지 않는 노루가족들같다.



숲 속에서

그 숲 속의 길 위에서

3월 어느날의 하루를 보냈다.



이곳의 초록빛 맑음이

저 산 아래 마을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며

시작했던 그 길로

이제는 하산한다.



이 비 그치면 맑음이듯

그렇게

맑음되어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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