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구럼비가 사라지고
해군기지가 들어선 이곳에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열리는
세계 유일의 국제영화제.
2016년 4월 23일에서 26일까지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계획이었으나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대관을 거부하는 바람에
영화제에 참가한 이들은
마치 피난행렬에 나선 이들처럼
강정마을회관에서 티켓팅하고
강정평화센터로 돌아와 영화를 관람하고
서귀포성당을 찾아
개막식에 참여해야 했다.
비내리는 강정마을의 버스 정류장.
평화책방.
말벗이 필요한 이들의 북카페.
무심히 밟고 지나는 평화센터 바닥에는
700여명 연행에
1년간 다녀간 육지경찰만 20만6천20명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졌다.
4월 23일.
오늘 이 시간에도
강정 주민들은 해군의 구상권 소송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고
주르륵 주르륵 내리는 빗방울은
그 지치고 기나긴 고통의 기억들을
마구 건드리고 있었으나
곳곳에 내붙은 영화 포스터들로 인하여
강정은 매우 로맨틱하게도 느껴졌다.
오전 11시
첫 영화는 귀향.
평화센터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지없이
열악한 관람환경이었지만
이 모든 것이 강정의 현실.
평화에 대한 인식의 현실.
상영 시간 내내
훌쩍이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던
영화 귀향.
언니야, 집에 가자던
경남 거창의 어린 정민이가
영화를 통해서라도 이제는 안식을 찾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후에는
제1회 강정국제평화제의 개막식이 열리는
서귀포 성당을 찾았다.
평화의 p와 강정의 g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강정에서부터
평화의 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pg를 門으로 바라보게 한다.
영화제의 개막을 여는 춤사위.
강정평화운동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는 완공되었지만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평화운동이 아무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고
그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낸 영화제에
다시 시민들이 찾아와
힘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한 사람은 죽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을 다 죽일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10여년
기나긴 강정의 고통이
이제 새로운 평화의 문을 열었다.
다시 강정이다.
제주사람들, 강정사람들.
그동안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박수소리가 뜨겁다.
강정과 함께하고
영화제 탄생에 기여한 시민들.
노익장의 활동가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외면하는 국가는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된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강우일 주교님.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대관을 불허하여
영화제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흔쾌히 이곳을 대관해 주셨다고 한다.
성직자답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온 시민.
오키나와 땅의 20%는 미군기지.
새로운 미군 기지가 들어선다거나
수직 이착륙기가 배치되는 등
군사적 사안이 변화할 때마다
마을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강정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작인
업사이드다운을 위해
급하게 달려오신
감독과 세월호 유가족.
담담히 말씀을 이어가지만
말끝마다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가슴이 조여온다.
언니야, 집에 가자던
귀향의 정민이가 떠오른다.
세월호의 모든 아픈 영령들이
귀향할 날은 언제인가.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끝내
손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준
한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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