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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하루의 꿈이
저무는 시간.
기슭에서
산정까지
그렇게 오르내리며 보냈던
하루의 꿈들.
그 하루가
그 꿈이
오늘도
구름 너머로 사라진다.
저녁.
청춘의 영민함마저
멀리 보내고
느린 걸음으로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열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같은
아쉬움 말고
뭐가 더 있나.
남은 모래알같은
생애가
얼마인지 따위는 알지도 못하지만
그러나
한 가지
아는 것이 있다.
걸음이 느려지는
나이가 되니
이제는
나를 버리고
그저 자비심 하나로 살아야 하는 때임을
그것이 인생의 저녁임을
그거 한 가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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