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모슬봉

by 산드륵 2016. 9. 3.
728x90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와 보성리, 동일리에 걸쳐있는

표고 180.5m의 모슬봉.

등고선이

동심원을 그리며

단정하게 솟아오른

원추형오름 중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자태를 지닌 곳이다.



그 모살개오름으로 오르는 길에서 만난

8월의 꽃, 동부.

나비가 날개를 접은듯한 모습이다.



그 한해살이꽃 동부의 마음에

발자국을 찍는다.



모슬봉 기슭의 달개비꽃.

공군기지가 들어서있어

모슬봉 정상에는 오를 수 없다.



조선시대 모슬봉수대가 있던 곳

모슬봉수대는

저별(송악산)봉수대와 차귀봉수대에 응했었지만

이제는 군사기지의 철책에 묶여

누구와도 응하지 않는다.



제주 청년들이라면

제1육군훈련소와 동일시되는 모슬포.

그 위압적인 기억들 때문에

늦춰지고 늦춰지던

모슬봉의 정상으로

천천히 기억을 옮기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낮은 하늘 위로 비행하던

알뜨르 비행장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제주 4.3의 총성

그리고 예비검속으로 

군경토벌대에 의해 212명이

한꺼번에 생매장당한 섯알오름의 아우성까지

모두 보고 들었던

그 모슬봉으로 가는 길가에는

왜 이리 꽃들이 많은지.


 

제주도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낮은

대정읍의 용암평원 너머로

가파도와 마라도.



송악산



형제섬



송악산과 형제섬



그 해안이

절경이라 불리는 이유는

사실 이곳에 와서야 알 수 있다.



단산과 산방산.



고려 시승 일연스님이 걸었고

추사가 머물렀으며

초의선사가 찾아왔던

산방으로 가는 길.



그 길의 아름다움도

이곳 모슬봉에서만 만날 수 있다.



한결같이

이곳을 찾아

마음에 발자국을 찍은

시인들을

이제 이해한다.



비구름에 갖힌

남송이, 도너리오름



가세오름



군인들의 저지로

모슬봉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그 기슭의 오래된 무덤으로 기어들어가

기어이 우리 산하를 맞이하는 심정이

여전히

모슬포에 대한 오래된 기억들을

지워버리지 못하게 하였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오름  (0) 2016.09.11
성읍저수지  (0) 2016.09.11
남산봉  (0) 2016.08.28
늦은 오후  (0) 2016.08.21
낭끼오름(남거봉)  (0) 201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