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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갑마장 가는 길

by 산드륵 2016.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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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마장 가는 길.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큰사슴이와 족은사슴이 일대

한진재벌 소유 제동목장은

조선시대 남원읍 의귀리 출신 김만일이

말을 키우던 녹산장이 있던 곳이다.

그 녹산장이

조선 정조 때

최고 등급의 말인 갑마를 생산하는

갑마장으로 지정되면서

번널오름과 족은사슴이 일대 대평원에서

갑마를 사육하게 되었다.



이곳 갑마장은

북으로는 녹산장

동으로는 10소장

서로는 남원읍 신흥리에 이르는 대평원.

이 갑마장에

중앙에서 우감과 마감 등의 감독관이 파견되어

갑마장의 관리 감독은 물론 테우리들까지 관리하다가

1895년 고종 32년에 이르러 폐지되었다.




그 길



저만치

한 폭 바람의 너비



저만치

한 폭 바람의 높이



저만치

모지오름과 따라비



저만치

설오름, 번널과 병곳오름



바람의 너비만큼

저만치

멀어지는 풍경.


 

바람의 높이만큼

저만치

멀어지는 풍경.



국궁장을 지나

바람따라 가는 길.



혹시라도

제주다운 것이

모두 사라진 이후에도

여전히 제주다울 수 있는

어떤 풍경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람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제주에 오래 살아본 사람들만이

그 느낌 아는

칼칼한 바람.



따라비로 가는 바람.



큰사슴이로 가는 바람.



대평원의 억새를 출렁이게 하는 바람.



꽃잎에는 상처를 남기지 않는 바람.



사람의 길조차

어쩐지 바람을 닮았다.



그렇게

갑마장 길 바람을 따라

한 걸음에 오른 큰사슴이.



하나둘

이름을 불러볼까.



모지오름, 새끼오름,  따라비오름




성불오름



비치미와 개오름



아직도 불러주지 못한 이름이 있을까.



영주산



또 따라비.



그리고 물매화.



10월의 벗.



고운 네 얼굴을 알기에

고운 네 얼굴을 보지 못해도

아쉽지 않다.



함께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벗.

10월의 물매화다.



따라비.



여기저기서

가을의 벗들이

반갑게 고개를 내민다.



큰사슴이 굼부리도

잡목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깊이 55m.

북사면의 중턱 위쪽이

둥그렇게 패어 있는 형태이다.



큰사슴이 삼각점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쫄븐갑마장길 안내문.

결코 짧은 길만은 아닌 듯한데

진진한 갑마장길은 어디에 있나.




모든 상념을 버리고

큰사슴이 정상에서

쉼.




영아리오름




족은사슴이오름




바람이 만들어낸 풍경.



그 풍경 속을 날아간 새.

그 새의 흔적 없듯

나의 하루도

돌아보니

흔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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