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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차귀도 가는 길

by 산드륵 2016.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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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 해안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서

2000년에는 천연기념물 제 422호로 지정되었고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 수월봉지구에 포함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20여년 전에는

내가 즐겨 찾았던 낚시터.



제주 한치로 유명한

고산리 자구내 해안에서

낚시배를 빌려

차귀도로 들어서는 어느 경계에선가부터

파도가 심하게 몰아친다.

낚시꾼들은 다 아는

위태로운 물길.

뱃사람들도 먼바다로 많이 쓸려갔다.



세계지질공원 수월봉지구에 포함되어

뱃길이 자주 트이고

산책길도 뚤렸지만

이 바다를 건널 때는

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비늘처럼 돋는다.




이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2010년.

제주의 9개 권역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그중 이 차귀도는

바다속에서 폭발하여 형성된 수월봉과 함께

세계지질공원의 진수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차귀도 방파제.



옛 우물터.



이 무인도에도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차귀도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정부에서는

왜적의 침입 경로에 위치한 섬에

사람들을 이주시켜 섬을 지키도록 하는 정책을 폈는데

그러나 대부분의 섬에서 이 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고

섬은 다시 오래 비워졌다가

임란과 병란를 겪은 백성들 중에

마지막 귀향지로 섬을 선택한 이들이

하나둘씩 인가를 형성해갔다고 하는데

이곳 차귀도의 경우에는

고산리 신석기 유적지와 바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볼래기 동산 위의 차귀 등대.



1957년에 설치된 무인등대.



고산리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고산리에서

바다를 건너

이곳까지

여러 자재들을 나를 때

볼락볼락 숨을 내쉬며 오갔다하여

등대가 있는 이곳을 볼래기라 한다는데

재미있게 갖다붙이기는 하였지만 지나친 감이 느껴진다.



어둠을 느끼면

스스로

빛을 내는 등대.



어둠 너머

빛 너머



슬픔이란 이름이

우두커니 서 있는 이곳.



돌로 굳어진 채

수천년의 풍파를 견디고 있는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



설문대할망에게는

오백의 아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한라산에 포진한 오백장군들이다.

설문대할망이

자식들을 먹이려고 커다란 솥에 죽을 쑤다가

그만 솥에 빠져 죽었다.

해 뜨면 나갔다가 해 지면 돌아오곤 하던 오백장군들은

허기를 달래려

큰형부터 순서대로 솥의 죽을 덜어 먹었다.



막내가 먹을 차례가 되어

솥바닥에서 죽을 뜨려고 하는데

이때 솥바닥에 뒹굴고 있는 사람의 뼈가 보였다.



막내아들은

그 뼈가

자신들을 위해 죽을 쑤던 어머니의 뼈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한라에서부터 내달려

바다에 다다랐다.



그리고 이곳에서

돌로 굳었다.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

제 살을 내어주고 자식들의 삶을 이어주던

설문대할망의 극적인 죽음은

그 죽음만큼이나 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오래된 제주인들이 삶과

오래된 제주인들의 어머니들을 기억하게 한다.


나아갈 곳도

돌아갈 길도 막는다는

차귀도.



중국 송나라 호종단이

제주의 맥을 끊고 돌아갈 적에는

한라산신이 매로 변하여

돌아갈 길을 막았다.



그러나

이 바다는

해류를 따라

바다에서 실종되었던 이들이

고향을 찾아 돌아오기도 하는 곳이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여러 눈물이

아주 짜다.


 

그러나

햇살 좋다.



걷기 좋다.



길 끝 하늘 좋다.



바위그늘에서

비를 피하며

밤새 낚시대를 던졌던

옛추억도 좋다.



햇살도

바람도 좋아서

그래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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