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면 가시리 병곳오름
마른꽃.
밟고
들어서니
이승을 건넌 느낌.
원래 이 병곳오름은
벵곶오름이라 불렸던 곳으로
벵곶은 덩굴광대수염의 제주어이다.
초여름에 연보라빛 꽃잎을 연다는 그 꽃 때문인지
벵곶오름으로 불리며
병화악(屛花岳), 병화악(竝花岳)이라고 표기되기도 했었다는데
지금의 안내문에는 무기고를 닮아서 병고악이라 해놓았다.
이 산 어드메가 무기고를 닮았는고.
깊은 숲 저 끝
인동초
산수국
가파른 계단 옆으로
왁지지껄
다시 피어나는 산수국들이 혹은 인동초꽃들이
또다시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가시리 마을.
고려말 충신 한천이
이성계의 개국에 불복하여 유배되어 온 후에
비로소 마을이 형성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천은 청주한씨 제주 입도조로 모셔지고 있다.
매오름 가세오름 토산봉
멀리 영주산 가까이 설오름
바람개비 뒤로 성산일출봉
대록산
짙고 옅은 푸른 빛이
모두 여기에 있다.
푸르른 그곳의 정상
가막살이꽃이 반짝반짝
모든 빛나는 푸르름 중에서도
하늘빛을 닮은 한라.
꽃이 지듯
햇살이 저물어도
은하수를 끌어당기는 한라의 밤빛은 여전히 하늘빛인데
아마 다시는 볼 수 없을 한라의 그 밤하늘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
따라비 모지오름 영주산
표고 288m의 병곳오름 정상에서
동부지역은 물론
서귀포 방향까지도
조망이 가능하다.
병곳오름의 굼부리로 들어가는 길.
원래 이곳의 굼부리는 원형이었으나
한쪽이 파괴되어 말굽형을 이루었다고 한다.
숲이 우거져 접근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드넓은 하늘길에서는 아쉬움도 잠깐.
대록산에서 따라비, 그리고 영주산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세상.
이제는 마음놓고 태평가를 부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