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의 소리.
그 소리를 들으려
청산도로 들어간다.
완도여객선터미널의 출항시간은 오후 2시 30분.
완도 전망대.
멀어지는 소리
동시에
가까워지는 소리
일렁이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50여분후
청산도 도청항에 닿았다.
느림의 섬
오늘 나의 일정이
지도에 박혀있다.
소리의 섬 청산도 도청항에서
상서마을 거쳐
범바위를 지나
서편제 촬영지로 들어갈 예정이다.
종이 울린다.
느리게.
장단이 울린다.
발목이 움찔거린다.
느리게 걷는다.
해뜨는 진산리.
대봉산 솔중산 오산 다랑산의 정기를 받아
노적섬을 앞에 쌓아두고
말갛게 씻은 아침을 맞이하는 곳이라 한다.
그러나
이곳은 진산리 오후의 해변.
내가 느린 것인지
해가 느린 것인지
시간이라는 것도
그저 인연 따라 가는 길의 그림자일 뿐이구나.
이곳 청산도에 택시는 3대.
느림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택시를 버리고
순환버스를 탔다.
느리지 않게 도착한 상서마을.
더 느림을 선택하여
걷기로 한 이들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곳이다.
상서마을 돌담길.
대한민국 등록 문화재 제279호.
화강암 돌담이
제주의 현무암 돌담과는
아주 다른
색다른 멋이 있다.
삶은 초라하지 않다.
꽃 한 송이
삶은 허무하지 않다.
열매
그 따위 것 없어도
삶은
그 자체로 반짝이는 것.
그 반짝이는 것을
오래 잊었던
그 경이로운 것을
혹시나
다시 찾을까 싶어
오늘도 긴 그림자 끌며
사람들은 걷는 것일까.
오늘도 긴 그림자 끌며
사람들은
범바위까지 걸어왔다.
거북섬.
사자바위.
생각의 티끌이 바위마다 맺혔다.
슬슬 걸어서 도착한
서편제 촬영지 입구.
장보고의 부하였던 한내구 장군의 묘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한내구 장군의 고분(古墳).
청산도를 지켜준 장군을 사당에 모시고
현재까지도 당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느림.
혹은 빠름.
그 모두 분별..
뜬금없이 원효가 떠오른다.
마음이 일어나면 일체만물이 생긴다.
마음이 사라지면 일체만물이 사라진다.
모든 것이 텅 비었다는
원효의 해골바가지에 대한 소견.
느리건 빠르건
시간은 간다.
인연은 흐른다.
붙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서편제 세트장.
아리랑이 좋구나.
유봉이 어린 송화와 동호에게
진도아리랑을 가르치는 장면.
이년아!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벱이여!
그동안 약장사를 뒤따라 다니며
소리를 팔던 것을
냅다 집어치우고
정처없이 길 따라 떠나는 길에
송화와 유봉이 진도아라랑을 주고 받으며
노래가락에 취해 춤을 추는 모습
동호도 흥이 나서 메고 있는 북을 친다.
아라리에 취해
도청항으로 돌아간다.
도청항
아라리가 났네
사람이 살면 몇 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