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삼사순례를 끝내고
마음이 가는대로 가다가
서귀포시 하원동 원만사에 닿았다.
구비구비
깊은 산길 끝.
그 길 끝에 놓인
참 고운 절.
누가 있어
이곳의 고운 결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곳 원만사의 시초는 방동화스님.
방동화 스님은
무오년 법정사 항일 운동을 이끌었던
주역 중의 한 분으로
1919년 3·1운동보다 한 해 앞선
1918년 무오년 항일투쟁으로 옥고를 치뤘다.
방동화스님은
감옥에서 풀려나신 이후에
그 당시 산신기도처로 알려진 이곳으로 들어와
산 기슭의 자연굴에서 수행하며 지내다가
1923년 3월에 초가 형태의 원만사를 창건하게 된 것이다.
제주 4·3사건 당시에는
양홍기 스님이 국군토벌대에 의해 처형되고
사찰이 전소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원만사.
현재의 원만사는
정법스님께서 주석하시며
여법한 도량으로 일으켜 세우셨다.
1961년 이 절의 주춧돌을 다시 일으켜세웠던
마을의 사람들은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났고
초파일에도 이곳은
오래전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만
하나둘 모여 조용히 담소를 나눈다.
방동화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하실 때 모시고 계셨던 불상.
지금은 도금하여 모시고 있다.
대웅전 앞에 놓인 붉은 연등만
오늘이 초파일임을 알게 하는 원만사의 풍경.
올해 2018년은
1918년 무오 법정사 항일투쟁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데
그 항일투쟁을 이끌었던
방동화 선사가 머물렀던 이곳에는
바깥의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의로운 이들이 걸었던 길의 쓸쓸함을
누가 있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원만사.
내년 초파일에는 이곳에서
선열들의 길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서로서로 만나
서로서로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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