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동수악

by 산드륵 2018. 11. 3.
728x90


한라산 숲터널에서

잠깐 비껴서면 

동수악.



노랗게

혹은

붉게



그 빛깔이

어떻든

담담하게



그렇게 물든

한라 단풍의 고아함이

동수악에 있다.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바람조차

나긋하게 다독이는

한라의 빛깔.



우수수

그 모든 시간의 빛이

떨어지고 잊혀지면

이 숲에도

첫눈이 내리겠지.



크엉크엉거리는

노루의 울음소리 가득한

동수악 계곡.



이 길로 따라오라는 건지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건지

숲속 끝 어디서

계속 울어댄다.



깊어지는 계곡



저 길 끝에 사는 노루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 들어가기에는

빛이 너무 곱다.



계곡에서 빠져나와

동수악 정상을 찾아 오른다.



경사가

완만하여

정상까지는 걷기에 어려움이 없다.



710m 동수악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궤펜이오름과 물찻오름



붉은오름, 영아리오름과  그 뒤로는 대록산



마음이 저절로 맑아진다.



논고악, 한라, 성널오름



성널과 그 옆에 사라오름



물오름, 궤펜이오름



몇번이고 그 이름을 불러보는 물오름은

동수악의 맞은편에 있다.



그리고 둘레 약 220m의 동수악 산정 화구호.



저기 저 빛고운

한라, 사라오름, 성널오름이

무척이나 가까운데

걸을 때마다

푸득푸득 뛰어오르는 메뚜기떼들은

따뜻한 가을풀숲 속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다.



한 발 한 치밖에 뛰지 못하는

동수악 산정화구호의 메뚜기와

가을임에도 큰 배낭을 지고 떠나지 못하는 내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해도

이곳에서는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

이 가을은

이 풍경 하나만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쳇망오름  (0) 2019.05.09
물영아리  (0) 2019.04.21
흙붉은오름  (0) 2018.11.03
사려니숲길  (0) 2018.10.22
큰사슴이  (0) 201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