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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숲터널에서
잠깐 비껴서면
동수악.
노랗게
혹은
붉게
그 빛깔이
어떻든
담담하게
그렇게 물든
한라 단풍의 고아함이
동수악에 있다.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바람조차
나긋하게 다독이는
한라의 빛깔.
우수수
그 모든 시간의 빛이
떨어지고 잊혀지면
이 숲에도
첫눈이 내리겠지.
크엉크엉거리는
노루의 울음소리 가득한
동수악 계곡.
이 길로 따라오라는 건지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건지
숲속 끝 어디서
계속 울어댄다.
깊어지는 계곡
저 길 끝에 사는 노루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 들어가기에는
빛이 너무 곱다.
계곡에서 빠져나와
동수악 정상을 찾아 오른다.
경사가
완만하여
정상까지는 걷기에 어려움이 없다.
710m 동수악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궤펜이오름과 물찻오름
붉은오름, 영아리오름과 그 뒤로는 대록산
마음이 저절로 맑아진다.
논고악, 한라, 성널오름
성널과 그 옆에 사라오름
물오름, 궤펜이오름
몇번이고 그 이름을 불러보는 물오름은
동수악의 맞은편에 있다.
그리고 둘레 약 220m의 동수악 산정 화구호.
저기 저 빛고운
한라, 사라오름, 성널오름이
무척이나 가까운데
걸을 때마다
푸득푸득 뛰어오르는 메뚜기떼들은
따뜻한 가을풀숲 속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다.
한 발 한 치밖에 뛰지 못하는
동수악 산정화구호의 메뚜기와
가을임에도 큰 배낭을 지고 떠나지 못하는 내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해도
이곳에서는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
이 가을은
이 풍경 하나만로도
충분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