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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한라산

by 산드륵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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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성판악 코스

성판악 입구→ 속밭대피소→ 사라오름→ 진달래밭대피소→ 백록담까지 왕복 9시간 정도 예상한다.

한라산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는 탐방예약후에 등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064-713-9953)

  • 1인 예약 가능 인원 : 최대 4명
  • 1인 예약가능 횟수 : 주 1회 가능
  • 예약 완료 후, 취소 신청 없이 가지않을경우 1회는 3개월, 2회는 1년간 예약이 불가.

 

성판악 왕복코스는 다른 등반 코스에 비해 가장 긴 코스이다. 성판악 입구에서 속밭대피소를 지나 사라오름까지만 갔다가 내려오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사라오름까지 가면 백록담까지는 기어서라도 간다.

 

 

성판악 코스는 평균 왕복 8~9시간이지만 지체되는 시간을 고려하여 일찍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탐라유사팀은 아침 6~8시 사이로 등반 예약을 했지만, 현장에서 아이젠 등을 착용하면서 시간이 지체되어 8시경에야 등반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겨울 한라로 가는 길

 

 

한라의 시간은

그동안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보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시간은

겨울에 있다.

 

 

겨울이 세상을 덮으면

거울이 담담하게 실상을 비춘다.

 

 

사슴뿔

 

 

겨우살이

 

 

조릿대의 길

 

 

알고 있던 모든 생각을 버리고나면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그것이

겨울산이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젠과 스틱에 의지하여

남들이 2시간에 도착하는 길을

3시간을 넘게 걸어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사라오름까지는 0.6Km.

고개 돌릴 힘조차 없어

정상으로 직행한다.

 

 

진달래밭 대피소.

낮 12시 이전에 이곳을 통과해야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겨울 등반의 맛남을 위해

우리 팀은 이번에 발열식량을 준비해왔다.

전투식량과 달리 따뜻한 물이 없어도 발열이 되기 때문에

겨울 등반의 낭만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손이 얼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데다가

눈이 펑펑 내리는 노지에서

발열식량의 눈금을 조절하며 준비하려니

발열식량은 오히려 짐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또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겨울 등반의 낭만은 역시 주먹밥이다라는 단순한 교훈.

 

 

배를 채우고

따뜻한 차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스스로 점검하여

체력의 60% 이상을 유지할 수 있으면 정상으로 간다.

 

 

구상나무

 

 

그들도 겨울을 보내고 있다.

 

 

태양마저 파랗게 얼어버린 한라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진달래밭 너머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한라의 정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걷다보면

만나는 풍경들

 

 

얼어붙은 구름

 

 

얼어붙은 산하

 

 

그 너머의 저 한라

 

 

능선에 햇살 드리우니

사라오름과 성널오름이 조금씩 드러난다.

 

 

정상까지 몇 걸음인가.

오후 1시반 이전에 정상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다.

 

 

들숨에 한걸음

 

 

날숨에 한걸음

 

 

호흡 하나 호흡 하나 그리고 정상

 

 

눈비와 함께 올라선 정상

 

 

백록담으로 눈안개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잠깐 고개돌리면

환히 트여오는 세상.

눈과 비, 햇살과 구름

그 모든 것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이곳은

한라의 정상.

 

 

여기까지 오면서

여전히 버리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다면

이제는 놓고갈 시간이다.

 

 

한라산 산신령이 토닥토닥해주면

햇살도 빙그레.

 

 

햇살이 그어놓은

한라의 길을 따라 걸으면

우리의 마음도 가벼워진다.

 

 

사라오름

성널오름

 

 

구름과 함께 쉬어가는 우리

 

 

겨울산처럼

담담하게

 

 

겨울산처럼

적막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그렇게 한라를 만난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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