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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중문동 천제연 천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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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에서 천제연 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천제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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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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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사의 원래 사명은 광명암이었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의 주역인 방동화 스님께서 서귀포시 하원동에 원만사를 창건하고 수행정진하시다가 원만사가 제주 4.3으로 전소되어 머물 수 없게 되자 이곳 중문으로 이동하여 1949년 창건하셨다. 당시에 스님을 따르던 신자들이 모두 스님을 모시고 이곳으로 옮겨와 방동화스님의 사상과 정신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1970년 방동화스님께서 원적에 들자 광명암은 현재의 광명사 자리로 옮겨갔고, 원래의 광명암은 그 기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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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천제사에는 마지새미라는 샘이 있었다. 마지새미란 부처님께 사시공양 때 올리는 마지를 준비하는 샘물을 말한다. 이것이 훗날 만지萬池샘이라는 한자어로 정리되어 쓰이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이 폐사 이후에도 여전히 민중들이 기억하는 산신 기도처로 남아있을 수 있던 것은 바로 이 마지새미 물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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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새미, 만지샘이라 불리던 산물이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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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새미물이 있던 이곳은 민중의 오랜 산신 기도처였다. 이 물은 지역주민의 성수로서 집안의 대소사를 준비할 때도 이용되었다. 방동화스님께서 처음 이 터를 점지하기 이전부터 이 물은 있었다. 그러다가 방동화스님께서 사찰을 일으키면서 이 물은 부처님께 공양올릴 마지쌀을 씻는데 이용되었고 마지새미라 불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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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마지새미는 시멘트로 덮혀 사라졌고, 마지새미의 맑은 물이 흘러내리던 궤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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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답사 당시 찍었던 마지새미의 모습이다. 철철 흘러넘치던 마지새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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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터에 사찰이 다시 일어선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로서 사찰명은 천제사로 불렸다.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관음사 소속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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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의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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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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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사에서 방동화스님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솔바람보다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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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사에서 천제연 산책로로 내려가는 길은 막혀있다. 천제연 정문에서 매표하고 들어서야 한다. 예전 사진을 확인해보면 천제사에서는 천제연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 절경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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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는 찰랑이는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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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로는 하막, 한자어로는 함와라고도 불리는 개구리. 산란기를 맞아 눈에 자주 띄는 시기이다. 예전에 어떤 나이드신 분이 하막이 몸에 좋다고 하며 산 채로 깻잎에 싸서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하막은 독성이 있어서 위험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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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길은 어디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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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천제연 관개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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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천제연 관개수로는 천제연폭포에서 성천봉까지 이어지는 농업용 수로로서, 대정군수 채구석의 주도로 조성되었다. 이 천제연의 물이 성천봉 아래로 흘러 논농사를 짓게 된 것이다. 성천답은 1991년 폐답되었다. 공사는 1906년에 시작해서 1908년에 끝났는데 이곳은 공사가 가장 힘들었던 '화폭목'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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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천답관개유적비. 풍부한 이 지역의 물이 아래로 흘러 중문 베릿내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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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물따라 흘러와 한 세상 머물던 이곳. 산따라 물따라 고운 인연들이 흘러간다. 산도 가고 물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