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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오조리해안

by 산드륵 2023.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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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7할은 바다였다. 낚시대를 드리우면 수평과 수직의 파동을 직시할 수 있고, 고요히 바라보면 우주의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드러나는 그 바다와 함께 내 삶의 7할도 지났다. 그 바다에 후쿠시마 핵 폐기수가 방류된다 하기에 마음이 착찹하다.

 

 

오조리 해안

 

 

이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시도기념물 제47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황근자생지로 해변의 기암괴석과 어울려 어느 때든지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바우오름도, 저 편의 성산포도 바다에 제 몸을 담그고 쉰다.

 

 

날던 새도 그 날개를 쉴 때는 바다에 발을 담근다.

 

 

이 고운 바다

 

 

이 바다에는 경계도 없다.

 

 

간혹 우리 바다는 이미 오염되어 있고 앞으로도 오염될 것인데 희석된 핵 폐기수가 무슨 대수냐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바다에서 생의 7할을 보낸 이들은 이미 보았다. 썰물에 드러나던 바닷말들은 이미 사라졌고 토종 어종들 대신에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열대성 어류들과 독성을 지닌 어류들이 올라와 피해를 입힌다. 이미 이런 상황인데 여기에 폐기수로 인해 그 변형의 속도가 가속도를 갖게 되면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성산일출봉

 

 

갑문

 

 

옛 양식장

 

 

밀물 때 문을 열고 썰물이면 문을 닫았다.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은 단순함에 있었다. 단순함이란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는 존중과 배려에서 나온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이 어떻게 공존하려는 것인지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항해를 끝내고 돌아온 배들이 정박하던 오조리포구

 

 

이곳은 폐항이 되어 더이상 배들이 정박하지 않는다.

 

 

바다

바다가 왜 바다이겠는가

모든 것을 받아주니 바다라고 하지

핵 폐기수도 받아주니 바다인거지

다 받아준 바다가 병들면

미안하지만 약이 없다

 

 

바우오름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바우오름을 식산봉이라 한다고 한다. 『제주삼읍도총지도』, 『해동지도』에 식산食山, 『탐라순력도』, 『영주산대총도』에 식산악食山岳, 『제주군읍지』의 「제주지도」에 식산봉息山峯, 『조선지형도』에 식산봉食山峯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 이유는 왜구가 침입했을 때 오름에 낟가리를 쌓아 군량미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한데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하나 믿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 바우오름의 모습이 '食'의 모습과 비슷해서 그런 것이 아닌지 추정해볼 뿐이다.

 

 

바우오름 정상에서 만난 우도

 

 

일출봉

 

 

대수산봉

 

 

다랑쉬. 말미오름

 

 

제사터로 여겨지는데 정확한 유래는 찾을 수 없다. 이 오름에 전해지는 옥녀와 부씨 총각과 관련된 제터는 아닐 것으로 본다. 전하는 이야기는 이 오름은 원래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심어 그 바위를 가리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나무를 심게 된 연유는 이 마을 양반집 딸 옥녀가 대장장이 아들 부씨 총각을 사랑하였으나 조방장이 그 사이를 시기하여 부씨 총각을 살해하고 바닷가에 내다버리니 옥녀가 울다가 굳어 바위가 되었는데 그것이 이 오름이라고 한다. 오름에는 조방장을 원한의 눈으로 바라보는 옥녀 바위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을에 비춰치면 좋지 않다 하여 나무를 심어 가렸다는것이다. 이 슬픈 바위오름의 이름이 어쩌다 식산봉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고, 제사터의 유래도 확인하지 못하였다. 

 

 

오조리 해변

 

 

모든 것을 받아주는 그 바다에 1할의 감사함만이라도 있다면 후쿠시마 핵 폐기수 방류는 이제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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