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용눈이오름
해발 247.8m, 높이 88m, 둘레 2,685m, 면적 40만 4264㎡의 용눈이오름은 '용이 누웠던 곳'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너울대는 등성이의 신비로움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그러나 넘쳐나는 사람으로 인해 여기저기 흉터가 생기자 2021년 2월부터 휴식에 들어갔던 용눈이.
옛길이 초록에 묻혀있다.
그 용눈이로 가는 길이 2023년 7월에 다시 열렸지만 정상까지만 갈 수 있고 예전같이 굼부리 한바퀴를 돌아볼 수는 없다.
산에서의 한 걸음은 꽃 걸음.
구태여 산에 대한 경외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산에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스스로 알게 한다. '침묵으로 바라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한다.
이성선......구도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그는 차츰 자신을 줄여갔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빈 등잔에는
하늘의 기름만 고였다.
하늘에 달이 가듯
세상에 선연히 떠서
그는 홀로 걸어갔다.
예방의 최선.
용눈이를 위한 예방의 최선 역시 그러할지 모른다.
어떤이들은 용눈이 훼손 예방의 최선으로 아예 길을 바꿔놓았다.
새로 난 길로 걸으니 이제는 용눈이의 이름도 새로 바꿔야할 때가 왔다고 여겨진다. 용의 능선을 따라 걷던 옛 어른들의 하늘 길이 용의 겨드랑이를 따라 걷는 길로 바뀌면서 마치 용이 승천해버린 후의 자국만 따라걷는 느낌이었다.
용눈이 굼부리.
전체적으로 동쪽 사면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이다. 원형의 굼부리가 하나 둘 셋 연이어 있고, 그 안에 동서로 트인 타원형의 굼부리를 품었다. 약 700m의 타원형 어미 굼부리가 아기 굼부리 세 개를 품고 있다.
휘어진 능선 속의 알오름
그 선을 침묵으로 바라봄만으로도 이런저런 삶의 상처들은 곧 치유된다.
하늘로 가는 길.
지미봉, 은월봉
다랑쉬, 돝오름
지미봉, 은월봉, 말미오름, 우도
좌보미, 동거미, 손지, 높은 오름
다랑쉬, 아끈다랑쉬
마음에 초록을 묻히고 내려오는 길
야고
여뀌
산나비
이성선...문답법을 버리다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 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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