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집가의 초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2만 천여점 가운데 360여점이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2024년 6월 4일부터 8월 18일까지이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6월 4일에서 6월 30일까지, 정약용의 '정효자전, 정부인전'은 7월 2일에서 7월 14일까지, 김홍도의 '추성부도'는 7월 16일에서 8월 11일까지, 장승업의 '웅혼하게 세상을 바라보다'는 8월 13일에서 8월 18일까지 만날 수 있다.
특별전시관은 총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제1부 수집가의 환대에서는 제주의 궤를 비롯한 민속자료들과 아기자기한 도자기 소품, 서화, 민화, 문집류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수집가의 환대
올레는 당신에게 열려 있습니다. 나지막한 담장을 들어서면 소반이 눈에 듭니다. 차 한 모금, 쉰다리 한 사발을 나누는 조촐한 상입니다. 노루가 뛰노는 백록담 그림 병풍이 펼쳐지고 붉가시나무 궤가 놓여 있는 제주에서 어느 수집가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安
華
好
諧
운양집.
한말 개항기 관료 김윤식의 문집이다. 김윤식은 1897년 제주에 종신유배되었다가 1907년 73세의 나이로 풀려났다.
동계집
제주 오현 중 한 분인 정온의 문집이다. 정온이 1614년부터 10년동안의 제주 유배생활 속에 지은 글이 여럿 남아있다. 대정현 동문 안에 위리안치된 내력을 적은 기문을 통해 당시의 제주풍토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혜보각선사서.
대혜보각선사서는 제주관아에서 찍어낸 판본이다. 고근손이 기존의 책보다 글씨를 크게 하여 찍아냈다고 한다. 무관이었던 고근손은 수정사를 중창하는데도 참여했다.
당신은 깊이 생각하여 다만 이처럼 나아가십시오. 시시때때로 아주 고요한 곳에 머무르면서 "내려놓거라"라는 부처님 말씀을 절대 잊지 말고, 다만 당장 이 자리에서부터 내려놓는 마음공부를 착실히 하되,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꼭 두려워하지만 말고, 또 자꾸 떠올릴 필요도 없는 것이니, 떠올리고 두려워하면 도를 깨닫는데 방해만 될 뿐입니다.
백자 달항아리
제2부 수집가의 몰입
수집은 몰입입니다. 한 점 한 점 눈에 담고 손으로 쓸어보면서 진열장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 담아놓을 때 비로소 수집가의 입가에 미소가 걸립니다. 수집가가 몰입했던 명품을 만나 봅니다. 시간과 공간을 잊은 채 그림과 도자기에 온전히 몰두했던 한 사람의 눈길을 따라가 봅니다.
바다와 학과 신선세계의 복숭아 그림 海鶴蟠桃圖
조선 19세기 작품으로 작가미상이다. 십장생도에서 파생된 해학반도도이다.
이후원 초상.
26세의 이후원이다. 광해군을 제주에 유배보내도록 상소를 올렸던 인물이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인물을 미화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으므로 입가의 곰보자국과 이지러진 눈썹까지 그대로 묘사했다. 이후원은 인조반정 정사공신이었으며 1657년 우의정에 올라 효종의 북벌을 뒷받침했다. 송시열이 초상에 붙이는 글을 지었고 김수증이 글씨를 썼다.
고목한아도 古木寒鴉圖
중국 청나라 주학년의 작품이다. 이 부채는 주학년이 박선성에게 준 것이다. 주학년은 옹방강의 제자이고 추사 김정희와 가까이 교류했으며 박선성은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를 넘겨준 이상적의 스승이다. 추사 김정희의 인맥들이 그림 속으로 들어온다. 옹방강을 중심으로 추사와 주학년 등이 그 시대의 규범을 만들어내고 있다.
호랑이와 까치 虎鵲圖
조선 1876년 신재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제주에 범내려 올 곳은 아흔아홉골밖에 없다.
고목, 대나무와 바위 枯木竹石圖
정학교의 작품이다. 정학교는 자유롭고 거친 필법의 괴석 일인자로 알려져 있다.
발우와 접시
청자 상감 모란무늬 발우 한 벌이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상감청자의 오묘함을 스님의 발우에서 만나다니 뜻밖이다.
분청사기 모란무늬 항아리.
어깨에 새겨진 '上□'를 풀어보느라 줄이 길어진다.
멋진 떡메병.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항아리에 그려진 그림이 시원스럽다.
제3부 수집가의 성심
수집은 물건을 모으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물건에 담긴 마음마저 모으는 일입니다. ‘성심誠心’은 온 마음입니다. 나와 남의 담장을 걷어낼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마음입니다. 수집가와 함께 나누는 옛 물건은 그래서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새모양 제사그릇, 배모양 토기, 말장식 뿔잔, 토우모양 원통장식 그릇받침.
새모양 제사그릇이 이채롭다. 이 새모양은 떠난이의 영혼이 하늘로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라 경주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삼국시대 불교도입기의 불상들이다. 맨오른쪽 부처님은 여원인과 시무외인을 하고 있다. 통일신리시대 여래상으로 추정한다. 가운데 보살상은 통일신라시대 초기 작품으로 추정한다. 유려한 선이 압권이다. 왼쪽의 삼존불은 금동일광삼존불로 불린다.
금동일광삼존불.
찬란하고 아름답다. 삼국시대 6세기 작품으로 추정한다. 보살의 배 앞에서 교차하는 천의와 좌우대칭으로 넓게 펼쳐진 옷자락은 삼국시대의 특징이라고 한다.
압도적 크기의 봉업사 향로와 봉황무늬 향합
고려 무관들의 장수와 승진을 기원하면서 제작된 경선사 청동북
고려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불화 중에서 천수관음신앙을 그림으로 표현한 천수관음보살도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고 한다.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 그리고 광배에 새겨진 수많은 보살의 눈이 압권이다.
천수관음보살도를 적외선으로 촬영하니 열 하나의 얼굴이 나타난다. 천년의 세월을 넘어 이곳 제주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살피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얼굴과 마주한다.
칠성도.
도교와 무교가 불교와 습합하여 하나의 세계를 형상화해내었다. 제주에서 관측되는 노인성 남극성군도 찾아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탐라성주'라 하여 탐라의 지도자를 '성주星主', 즉 '별의 주인'이라 불렀고, 칠성단을 쌓아 칠성을 우러렀다. 민간에서도 칠성신을 모셔서 가정의 평안과 제물 운을 기원했다.
범종.
통일신라의 양식을 이은 고려시대 작품이다.
비천상이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릴듯하다.
업경대
법고대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권249.
고려 현종 고려거란전쟁 당시 부처님의 힘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조성된 작품이다. 초조대장경 간행 당시의 원형을 간직한 작품이다.
이상좌 불화첩.
조선 전기 인물화가 이상좌의 나한도의 밑그림을 엮은 서화첩이다. 허목은 낭선군 이우가 이 서화첩을 소지하고 있음을 밝히며 말했다.
내가 이상좌의 불화 밑그림을 얻어서 보니
천고에 보기드믄 훌륭한 그림이었다.
귀신의 신묘함을 얻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백 세대 뒤에도 반드시 이 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
사랑할 줄 알 것이다.
월인석보 권 11
1447년 완성된 「석보상절」과 세종이 1447년 무렵 노래 형식으로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세조가 합본한 책이다.
석보상절 권 21
세종 때 수양대군이 부처의 일대기를 우리말과 한글로 풀어내 금속활자인 갑인자로 찍어낸 초간본이다.
대방광불화엄경 권 15
고려 13~14세기 작품이다. 감지에 금니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정선의 인왕제색도 仁王霽色圖
진경산수의 걸작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인왕산에 새겨진 76세의 필력을 바라본다.
'좋은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수근 기념 전시관 (1) | 2024.08.07 |
---|---|
양구 백자박물관 (1) | 2024.08.07 |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2 (0) | 2024.04.15 |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1 (0) | 2024.04.14 |
묵墨의 노래, 획劃의 춤 (0) | 2024.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