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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노단새미, 거슨새미

by 산드륵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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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토산 영천사

 

 

오늘은 이곳 영천사의 노단새미를 보러왔다. 영천사는 1934년 2월 23일에 4칸 규모의 초가 대웅전과 3칸의 초가 객실을 건립하여 창건된 사찰이다. 창건 당시 사명은 봉주사이다. 1936년 10월 5일에 위봉사 표선포교소로 등록했으며, 1943년 6월 8일에는 포교규칙 제 9조에 의하여 백양사포교소로 변경되었다. 김석윤 스님께서 월정사 창건 이후에 세운 사찰이다. 1942년에는 강을심씨가 봉주사를 인수받아 운영해오다가, 1948년 제주4·3사건으로 소개 당하고 철폐되었다. 1949년 5월 18일에는 4간의 법당과 초가 객실을 새로 짓고 봉주사의 근간을 이어가다가 1966년에 재건에 나서면서 봉림사로 사명을 바꾸었다. 다시 1967년에는 사명을 영천사로 바꾸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천사 노단새미. ‘노단새미'는 '바르게 흐르는 샘'이라는 뜻이며, 이곳에서 영천사 동산 하나만 넘으면 나타나는 '거슨새미'는 노단과 달리 '거슬러 흐르는 샘'이 된다. 이곳은 중국 호종단이 한라의 맥을 끊으려고 입도하여 전도의 혈맥을 끊으며 지나갈 때도 이 물만은 끊지 못하였다는 행기물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지금은 이곳의 전설이 '거슨새미'의 전설과 공유되고 있다. 제주시 영평마을 영천사 샘물인 '수수못물'도 헹기물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헹기물 전설이 전해지는 샘물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토산 마을에서는 이 노단새미 물로 포제를 지낸다. 그만큼 신성시하는 물이다.

 

 

일년내내 그 혈맥이 끊어지지 않는 노단새미물이 영천사를 휘감아 돌고 있다.

 

 

영천사 생명현장

 

 

생명은 소중하고

생명은 귀하며

생명은 빛이어라

 

 

영천사 인근의 어위 폭포. 장마철 큰 '내'가 칠 때만 어위 폭포를 만날 수 있다.

 

 

계곡의 높이가 꽤 되어 보인다.

 

 

거슨새미. 노단새미와 함께 헹기물 전설이 공유되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토산1리의 '거슨새미'는 한라산을 향하여 물이 거슬러 흐른다고 하여 '거슨새미'라고 불리는 곳이다. 거슨새미와 노단새미는 토산리 설촌 이래 이 지역은 물론 인근의 가시리, 세화리, 신흥리 등의 중요한 생활용수로 사용되었다. 중국의 송나라 시대 제주도의 지세가 날개달린 장수와 천하를 통치할 왕후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이에 중국황실에서는 술사인 호종단을 보내어 제주의 산수 맥을 모두 끊을 것을 명하였다. 이에 종달리 포구로 들어온 호종단이 수맥을 끊으면서 토산리에 거의 올 무렵 영천수신靈泉水神이 아가씨로 변신하여 너븐밭에서 밭을 가는 농부에게 빨리 헹기에 새미물을 떠서 고부랑낭 아래 숨겨달라고 했다. 호종단은 지리서에 나와있는 고부랑낭 아래 헹기물이 있는 너분밭까지 찾아갔으나 거슨새미의 수맥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종달리에서 토산리까지는 샘물이 없었고 이곳은 아직까지 샘물이 솟아난다. 너분밭 주변에는 헹기무덤이 있는데 이는 마을 선조들이 호종단을 물리친 거슨새미의 수신을 기리기 위한 상징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송송송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다. 보존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습지가 계속 이어진다.

 

 

여름의 풍경은 분명 지금과는 다를 터인데 그 발원지가 궁금하다.

 

 

바다로 흘러야 하는 순리를 거스르고 한라산을 바라보며 흐른다는 거슨새미

 

 

거슨새미에서 가까운 토산봉을 찾았다. 해발고도 175m, 비고 75m의 토산봉은 망오름으로도 불린다. 조선시대의 봉수대가 오름정상에 있으며 서쪽의 자배봉수, 동쪽의 달산봉수와 교신을 했다.

 

 

백량금

 

 

솔숲

 

 

토산 봉수대

 

 

토산봉수는 정의현에 소속되었던 봉수로 자배봉수, 달산봉수와 서로 교신을 주고받았는데, 자배봉수는 9.3km 지경에 있고 달산봉수는 6.1km 지경에 있다. 소속별장 6명, 봉군 12명이 배치되었다.

 

 

토산봉에도 봄이 오는 듯하다. 숲길에 스민 햇살이 따스하다.

 

 

때죽나무, 소나무, 말오줌때 등등 다양한 수목이 자라는 가운데 왕대와 족대도 간간이 보인다. 왕대는 어랭이를 잡으러 갈 때 낚시대로 썼고, 족대는 돌틈에서 우럭을 잡으러 갈 때 사용했던 작은 대나무다.

 

 

대나무 하나 골라서 낚시대를 만들고 허리에는 도시락을 차고 바다로 간다. 보리밥에 반찬은 된장과 콥대사니. 그렇게 바다로 나가서 한나절을 보내며 어랭이나 보들래기를 잡으면 대나무에 줄줄이 꿰어 해저무는 오솔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

 

 

거슨새미는 한라로 가고 노단새미는 바다로 가고 그렇게 각자 제 갈 길을 간다. 나는 산으로 간다.

 

 

전망대

 

 

산에서 보면 세상은 이미 봄이다.

 

 

가세오름

 

 

큰사슴이, 따라비오름

 

 

한라와 성널오름

 

 

매오름

 

 

이 산 저 산의 이름을 불러보다가 아쉽게 내딛는 하산 길.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늘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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