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 산101-1 용궐산 하늘길은 용여암이라는 커다란 바위 절벽에 1,096m의 데크길을 조성하여 섬진강 물줄기를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한 바위 암벽로이다. 2020년도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1,096미터를 매표소 인근에서 비룡정자까지 개설을 완료하였다. 이 하늘길은 용궐산 자연휴양림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돌계단 700여m를 지나 1,096여m의 데크를 걸어올라가면, 하늘길 종점에서 전망데크와 비룡정자 등에 다다르고 그곳까지 따라온 섬진강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2시간 소요의 용궐산 하늘길 코스뿐만이 아니라 4시간 소요의 용궐산 코스, 3시간 소요의 용굴 코스로도 이동할 수 있다. 용궐산(646m)은 백두대간이 지리산으로 내려오다가 장수군 영취산(1,075m)에서 우회하여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을 이루며 갈무리하여 솟아오른 산이다. 용궐산을 이루는 독보적인 바위를 용여암龍女岩이라 부르는데 용여암 좌측 중턱에는 용굴이 있고 근처에 용유암龍遊庵 터가 있으며, 용여암 하부에는 용알 바위가 있다. 이 산의 명칭은 원래 '용골산龍骨山'이었는데, 이 명칭이 ‘용의 뼈다귀’라는 죽은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산이 살아서 생동감 넘치는 명기를 제대로 발휘하도록 하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2009년 4월 '용궐산龍闕山'으로 명칭을 개정하였다. 정상에는 다섯 명의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있는 신선바위, 6·25전쟁 때 빨치산이 이용한 참호 등이 있다.

용궐산 하늘길 등반은 등용문에서 시작된다. 입장료는 4000원인데 순창사랑상품권으로 2000원을 돌려주므로 실질적으로는 2000원이라고 하겠다. 순창사랑상품권은 순창시내로 나가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인근 자연휴양림 매점에서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만6세이하, 70세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 순창군민 등은 무료입장이다.

비룡정까지 1시간 20여분 하산에 40여분 정도가 소요된다.

화강암벽에 박힌 하늘길

암벽등반의 성지로도 손색이 없었을 용여암이다.

溪山無盡 계곡과 산이 끝이 없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여기까지 올라왔다.

저 먼 곳에 섬진강

섬진강에서/안도현
강물은 흐르면서
제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뒷물이 앞물을 밀고 가며
반짝일 뿐이다
강가에 앉아
우리가 저 강물을 바라보는 것은
강물이 우리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知者樂水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仁者樂山 어진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앞선 사람들은 하늘에 도달했나보다.

그러나 오르고 나면 하늘은 또 저 멀리 멀어지니 우리의 삶도 진리도 늘 그러하다. 그래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전도몽상으로 분별하니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라 하지만, 알고보면 모든 것은 멈춘 그 자리에서 둘이 아닌 진여묘성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것이다. 선사의 말씀은, 날뛰는 생각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늘 고요히 정진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어줍잖은 소견으로 생각건대, 인생은 도로나무아미타불인가

오래한 생각/김용택
어느 날이었다. 나는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선하고
물같이 착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저녁 강이 숲에 들어/박남준
강에 나가 저녁을 기다렸네
푸른빛이 눈부신 은빛이
전율처럼 노을을 펼쳐 파문의 수를 놓고 있네
이럴 때면 눈물이라도 찍어내고 싶은데
황금빛 능라의 베틀을 내려
수만수천 구비 노래하는 물결들
단숨에 물들이는 시간 말이야
누군가는 저 강에 들어
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 하였네
사람도 숲에 들면 고요해 지듯이
내리꽂고 솟구치며 세상의 낮은 곳으로 노래하다
분노하여 범람하고 길이 막혀 신음하던 강물도
반짝이는 모래톱과 화엄의 바다 가까이 가닿을 거야
거기 갈대의 숲
안식에 든 숨결들을 생각하며
자장자장 찰랑이다 잦아들겠지
저녁 강은 바다에 이를 것이네
숲에 들 수 있겠지 그곳에서는
비상하던 새의 허공도
내 낡고 고단했던 발자욱도
간절한 적멸에 안길 것이네

저녁강/박두규
어두워지는 하루의 끝자락에 앉아
서서히 빛을 발하는 강줄기를 본다.
별들은 강둑에 숨어 어둠을 기다리고
강에는 어김없이 물고기들이 뛰고 있다.
나는 아직도 그들이 뛰는 이유를 모른다.
그랬지. 이유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
누군가가 떠나면 떠나는 것일 뿐이지.
그렇게 어둠은 서서히 두텁나루에 닿았다.
이제 강을 건너려는 일은 그만두고
강을 바라보는 일에 열중하리라.
바람이 부는 일이나 어둠이 내리는 일이나
또는 아침이 오는 것처럼
늘 그렇게 저절로 그러하듯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에 힘쓰리라.
하나 둘 켜지는 먼 마을의 불빛들
차분하게 어둠을 맞이하는 이런 저녁처럼
이제 강을 건너려 하기 보다는
강을 바라보는 일에 열중하리라.

하늘길 종점 비룡정에 다달았다.

비룡정에서 더이상 승천을 꿈꾸는 이들은 없다. 모두가 섬진강만 내려다보고 있다. 이곳이 종점임을 아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