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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의 매화가 향기롭기에 따뜻한 서귀포에는 매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했다. 매화공원 여기저기에서는 이비라키현의 매화가 한 잎 두 잎 꽃잎을 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곳의 매화는 3~4일 후면 아마 대부분 꽃잎을 열고 짙은 매화향기로 허공을 가득 채우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2월 10여일까지 그 잔향을 좇을 수 있을 것이다.

 

 

문매問梅/기대승

 

問梅

梅花答

매화에게 묻다

매화가 답하다

 

 

고적高適은 노래한다.

 

借問梅花何處落

묻노니, 매화는 어디로 떨어지는가

 

 

매화/이규보

 

庾嶺侵寒柝凍唇

不將紅粉損天眞

莫敎驚落羌兒笛

好待來隨驛使塵

帶雪更粧千點雪

先春偸作一番春

玉肌尙有淸香在

竊藥姮娥月裏身

 

한창 추운 유령에 언 입술을 터지고

붉은 빛 지닌채 참다운 모습 변하지 않네

피리 소리에 놀라 떨어지지 말고

역사驛使의 오는 길을 기다려서 따르소서

눈을 맞고 나서도 또다시 천 송이 단장하고

봄이 오기 앞서 살짝 한 번 미리 봄을 꾸미네

옥 같은 살결에 맑은 그 향내

선약을 훔친 항아의 전신인듯하여라

 

 

매화시/소옹邵雍

 

數點梅花天地春

몇 송이 매화꽃 천지에 봄을 알리누나

 

 

복산자.영매/卜算子 詠梅 육유

 

驛外斷橋邊

寂寞開無主

已是黃昏獨自愁

更著風和雨

無意苦爭春

一任群芳妒

零落成泥碾作塵

只有香如故

 

정거장 밖으로 가는 끊긴 다리 곁에서

적막하니 주인 없이 홀로 피어있네

노을 속에 홀로 쓸쓸하니

비바람 다시 일까 그러는 거지

뜻없이 봄 지내기 어려우니

여러 꽃들 다투어 피게 내버려두어라

떨어져 진흙이 되고 밟혀서 먼지가 되어도

향기만은 예전과 같구나

 

 

심춘尋春/『학림옥로』 권6 비구니 오도송

 

終日尋春不見春

芒鞋邊踏壟頭雲

歸來笑撚梅花臭

春在枝頭己十分

 

온종일 봄을 찾아 다녀도 봄은 보이지 않아

짚신이 닳도록 언덕 위의 구름 속에 헤메였네

집으로 돌아와 매화향기 맡으니 문득 미소지어지니

봄은 이미 가지 끝에 만개했구나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퇴계 이황

 

獨倚山窓夜色寒

梅梢月上正團團

不須更喚微風至

自有淸香滿院間

 

홀로 창가에 기대니 밤기운이 차가운데

매화나무 가지 끝에 둥근 달이 떠오르네

굳이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 불어오니

맑은 향기 저절로 집안에 가득 하다

 

 

매화시/황벽선사

 

塵勞迥脫事非常

緊把繩頭做一場

不是一番寒澈骨

爭得梅花撲鼻香

 

삼계육도의 윤회를 벗어남은 예삿일 아니니

화두를 굳게 잡고 한바탕 일을 치르라

매서운 추위가 한번이라도 뼛속까지 시리지 않으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맡을 수 있으리오.

 

 

예쁘다

 

 

늙은 성조가 물 속의 제 모습을 보며 깃털을 고르고 있다. 올해도 다시 찾아온 매화향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흔들리는데 늙은 새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한라도 서귀포 걸매공원에서 보니 한 송이 매화와 같다. 설중매의 향기가 겨울 하늘에 가득하다.

 

 

걸매공원의 매화는 이미 찬란하다. 피면 지고 지면 피는 개화가 시작되었다. 이 나무가 먼저 피면 다른 나무가 따라 피면서 천천히 2월 중순까지는 그 향이 이어질 듯하다.

 

 

영설咏雪 /정판교

 

一片兩片三四片

五六七八九十片

千片萬片無數片

飛入梅花都不見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송이

천 송이 만 송이 무수한 눈 송이

매화로 날아들어 모두 보이지 않네

 

 

월하독음시月下獨吟時/공성지

 

月下獨吟時

寒香暗襲衣

直疑春信早

胡作團飛

 

달빛 아래서 홀로 시를 읊을 때

매화향기 그윽히 옷에 스민다

봄 소식 빠른 줄 알고

나비가 떼지어 날지나 않을지

 

 

흑매/왕면

 

我家洗硯池邊樹

朶朶花開淡墨痕

不要人誇好顔色

只留淸氣滿乾坤

 

우리 집 벼루 씻는 못가에 나무

송이송이 피는 꽃마다 먹물 흔적 묻었네

사람들아 좋은 낯빛 자랑하지 마라

남는 것은 온세상 가득한 향기뿐이야

 

 

조매早梅/장위

 

一樹寒梅白玉條

迫臨村路傍溪橋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春雪不消

 

백옥 같은 가지의 매화 한그루

마을 길 멀리 다리 옆에 피었네

물 가까워 먼저 핀 줄 모르고

아직 녹지 않은 눈인 줄만 알았네

 

 

영매詠梅/성윤해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乍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 꽃잎 작다고 싫어마라

꽃은 작아도 향은 기나니

댓잎 밖 그림자처럼 살짝 보여도

수시로 달빛 아래로 은은한 향기 풍겨온다네

 

 

아가세연지변수我家洗硯池邊樹/도종의

 

我家洗硯池邊樹

朶朶花開澹墨痕

明月孤山處士家

湖光寒浸玉橫斜

 

우리 집 세연지가의 나무엔

가지마다 꽃 피니 담묵의 흔적

달 밝은 외로운 산 처사의 집엔

호수 빛 차게 스며 매화 가로 비꼈다

 

 

梅花小幅/추사 김정희

 

看花要須作畵看

畵可能久花易殘

詩中香是畵中香

休道畵花畵香難

 

꽃을 보려거든 그림으로 그려 봐야하나니

그림은 오래가나 꽃은 쉬이 시들어서

시 속의 향기가 그림 속의 향기이니

꽃을 그려도 향기는 그리기 어렵다고 하지는 말고

 

 

경봉스님은 '香聲'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이제는 그대가 향기의 소리 듣는가

 

 

碧水寒松 月高風淸

香聲深處 相分山茶

遇茶喫茶 遇飯喫茶

人生日常 三昧之消息

會得

 

푸른 물 찬 소나무에 달은 높고 바람 맑아

향기 소리 깊나니 차 한잔 들게

차 마시고 밥 먹는 일

인생의 일상 삼매의 소식이니

이 소식을 알겠는가!

차 드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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