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예래동
속칭 난드르라 불리는 해안가에는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절경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갯각, 들렁귀 등으로도 불리는 이곳의 정식 명칙은 개각.
그 신비로움이
인근의 대포동 주상절리대 못지 않은 곳이라 하면
그 절경을 짐작하시겠지요.
이곳 난드르 지역은
우리나라 제1호 반닷불이 보호지역이기도 합니다.
예례동 논지물에서 동쪽으로 200m 정도 가시면 됩니다.
10월이면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유영을 만날 수 있다 하니
가을 밤의 산책길로 이곳을 염두에 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합니다.
검붉은 사각 혹은 육각형의 기둥들이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예래동 주상절리대.
최대높이 40m 길이 1km에 달하는
바닷가 절경이 지금부터 끝없이 펼쳐집니다.
이 길에는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해식동굴들이 자리하고 있어
그 신비로움을 더해 줍니다.
길이가 약 25m에 달하는 해식동굴입니다.
이 굴은 앞뒤가 서로 뚫려 있어서
앞으로 들어가 뒤로 나올 수 있습니다.
사진은 동굴 뒤쪽으로 나와서 찍은 모습입니다.
주상절리의 모습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세 치 혀의 교만함은 버리겠습니다.
여기도 동굴이 있습니다.
이 지역사람들은 이곳을 들렁귀라고도 부릅니다.
저 검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쯤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환한 세상으로 다시 나오니
시골 돌담길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키작은 주상절리도 보입니다.
그러나 제 향기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숲속에 숨은 한란만은 아닌가 봅니다.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위용을
맘껏 드러내버린 저 모습 앞에서
깊은 숨을 내쉽니다.
태풍 소식을 갖고 달려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검은 짱돌 위를 한없이 걷습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모습에
아찔아찔 흔들리면서 걷는 길
절벽 위
기원의 돌탑.
저 곳에서 먼 바다를 주시하던 바다새는
지금쯤 어디에서 쉬고 있을까요.
나도 바다새처럼
스스로가 쌓아올린 기원의 탑 위에서
이제는 쉬어갔으면 하는데
그러나
기원과는 달리
파도가 실어온 건
태풍의 소식뿐이었습니다.
지금 섬을 흔들고 있는
비와 바람.
이 비와 바람만큼이나
절박한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새들은 어디에서 쉬나
궁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