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개각

by 산드륵 2008. 2. 29.
728x90

서귀포시 예래동

속칭 난드르라 불리는 해안가에는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절경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갯각, 들렁귀 등으로도 불리는 이곳의 정식 명칙은 개각.

그 신비로움이

인근의 대포동 주상절리대 못지 않은 곳이라 하면

그 절경을 짐작하시겠지요.


이곳 난드르 지역은

우리나라 제1호 반닷불이 보호지역이기도 합니다.

예례동 논지물에서 동쪽으로 200m 정도 가시면 됩니다.

10월이면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유영을 만날 수 있다 하니

가을 밤의 산책길로 이곳을 염두에 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합니다.


검붉은 사각 혹은 육각형의 기둥들이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예래동 주상절리대.

 

최대높이 40m 길이 1km에 달하는

바닷가 절경이 지금부터 끝없이 펼쳐집니다.


이 길에는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해식동굴들이 자리하고 있어

그 신비로움을 더해 줍니다. 


길이가 약 25m에 달하는 해식동굴입니다.


이 굴은 앞뒤가 서로 뚫려 있어서

앞으로 들어가 뒤로 나올 수 있습니다.

사진은 동굴 뒤쪽으로 나와서 찍은 모습입니다.


주상절리의 모습



높이 약 40m 폭 약 200m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세 치 혀의 교만함은 버리겠습니다.


여기도 동굴이 있습니다.

이 지역사람들은 이곳을 들렁귀라고도 부릅니다.


저 검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끝까지 가보지 못한 채

이쯤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환한 세상으로 다시 나오니

시골 돌담길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키작은 주상절리도 보입니다.


그러나 제 향기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숲속에 숨은 한란만은 아닌가 봅니다.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위용을

맘껏 드러내버린 저 모습 앞에서

깊은 숨을 내쉽니다.


태풍 소식을 갖고 달려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검은 짱돌 위를 한없이 걷습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모습에

아찔아찔 흔들리면서 걷는 길

절벽 위

기원의 돌탑.

 

저 곳에서 먼 바다를 주시하던 바다새는

지금쯤 어디에서 쉬고 있을까요.

 

나도 바다새처럼

스스로가 쌓아올린 기원의 탑 위에서

이제는 쉬어갔으면 하는데

 

그러나

기원과는 달리

파도가 실어온 건

태풍의 소식뿐이었습니다.

 

지금 섬을 흔들고 있는

비와 바람.

 

이 비와 바람만큼이나

절박한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새들은 어디에서 쉬나

궁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방산  (0) 2008.02.29
천년의 섬 비양도  (0) 2008.02.29
안개  (0) 2008.02.29
엉또폭포  (0) 2008.02.29
바다새 그 이후  (0) 200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