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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엉또폭포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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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고 싶었습니다.

 

제주섬을 흔든

오늘의 큰비에

먼저

그대 있는 곳은

어떠한지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행히

언제나처럼

오늘도 아무 소식이 없음에

언제나처럼

오늘도 그리 잘 지내시겠지 생각합니다.

 

그대의 안부는 잊어버리고

오래 기다렸던

풍경을 찾아 떠나는 길

 

차창밖으로

빗속에 숨어있던 비양도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구름도

낮게 그리고 빠르게

흘러갑니다.

 

구름이

오름의 얼굴을 가리는 것은

손으로

내 얼굴을 가리는 것보다

빠릅니다.

 

오래 이 비를 기다려 온

나의 갈 길은 참으로 바쁜데

그러나

저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엉또폭포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법화사에 참배도 못하고

도순동 녹나무 군락지에는 눈도 주지 않은 채

곧장

엉또폭포 가는 길로만 달렸습니다.

 

이 길의 끝에

길이 50m에 이르는 폭포가

천연난대림 속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의 엉또를 만나기 전에

우선

비가 오지 않았을 때의 엉또의 모습을

잠깐 보시겠습니다.

 

이곳 엉또 폭포는

시간당 70mm 이상의 비가 내린 후에야

그 참모습을 드러내지만

평소의 모습 또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저 산책로만 돌면

오래 기다린 엉또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급하게 달려가면서도

엉또계곡의 물살에서

나뭇잎 냄새가 나는 걸 느꼈습니다.

 

계곡에 이만한 물이 흐르고 있다면

엉또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

 

엉또입니다.

 

폭포에서 튕겨져 나온 물방울들이

카메라를 덮칩니다.


폭포주변에는

맑은 결계를 치듯

물방울들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선명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문득

허공을 떠도는 물방울들을 걷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물방울이

허공에 가득한 이대로가

진실이라는 걸

카메라는 거짓없이 보여줍니다.



가까이 갈수록 장관입니다.

 

이 날을 오래 기다린 탓인지

시원스런 폭포 하나가 주는 기쁨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산책님들!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

이곳 엉또에

꼭 한번 들러보세요.

시름 하나 정도는

훨훨 벗어버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 엉또폭포의 절벽 바로 밑에는

사진과 같은 굴도 보입니다.

일본군 진지동굴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습니다.

사진은 맑은 날 갔을 때 찍은 것입니다.

오늘처럼 폭포가 부서져 내릴 때는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동굴 내부의 모습입니다.

무서워서 끝까지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ㅎㅎ


 


 

엉또폭포!

가보고 싶으시죠?

웬만한 비에는 꿈쩍도 하지 않아

오늘처럼 큰비가 내린 후에야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곳.

 

다음에

이곳을 찾았을 때

저 시원한 절경 앞에서

말을 잃은 분을 만나게 된다면

바로 우리 제불산 산책님이라 여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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