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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화가 이중섭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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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중섭입니다.

 

1916년부터 1956년까지

우울한 시대를 유랑하고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연고없는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그의 생애 고단하였을텐데

그러나 그가 즐겨 바라보았던 대상은

묘하게도 '소'입니다.

 

눈망울엔 한없는 슬픔을 감추었으나

역동적인 몸짓으로 우뚝 선 <흰 소>

 


6.25동란으로 1951년 제주로 피난 온 이중섭은

그해 1월부터 12월까지

서귀포시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사진은

당시 그가 머물렀던 거주지와

그 거주지 바로 옆에 세워진

이중섭 미술관으로 가는 길입니다. 

현재 이중섭거리로 명명되고 있습니다.
 

이중섭 거주지


이 초가의 오른쪽 맨 끝 방에서

이중섭과 그의 일본인 부인 마사코,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피난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 방입니다.

 


이 방의 벽면에는

화선지에 써서 붙인

그의 독백이

유일한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소의 말

....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이 좁은 방에서

가난한 살림살이 너머의

저 환하고 밝은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시대에 갇힌 개인

 

고호처럼 귀를 자르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그도

정신착란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이후 연고없는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이중섭 거주지 바로 옆에

그를 기념하여 세운 이중섭 미술관입니다.



<파도와 물고기>

 

<섶섬이 보이는 풍경>

 

이중섭은 마사코라는 일본여인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식민지 조선인 남자와 점령국 일본인 여인.

그 둘에게는 많은 아픔이 있었나 봅니다.

 

1941년

이중섭은 마사코에게

엽서 그림 한 장 그려보냈는데

외딴 섬에서 이중섭은 나무, 마사코는 흰 대리석이 되어

영원히 함께 하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꼭 10년 후인 1951년

피난지 서귀포에서 그린

이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1941년 그린 그 엽서 그림의 풍경과 거의 흡사하다고 합니다.

 


<길 떠나는 가족>

 

피난 길을 떠나는 가족들을 그린 <길 떠나는 가족>

 

앞날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어둠의 땅을 떠나는 듯한 해방감이

꽃을 뿌리고 비둘기를 날리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이중섭에게 제주도는 '이어도'의 이미지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중섭이 제주에 들어왔을 때는 1951년.

제주 4.3사건과 예비검속이라는 광란의 피바람이 불고난 이후...

 

그 피바람도 말이 없었고

이중섭도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으니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의 영혼과 제주가

어떤 교감을 나누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아이들>

 

담배곽 안의 은박지에 그린 그림입니다.

은박지 표면에 형상을 그리듯이 판 후

그 위에 물감을 칠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물감을 닦아냅니다.

송곳으로 파인 홈에 물감이 흡수되는

마치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유사한 은지화(銀紙畵).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눈길을 끕니다.

 

<매화>



<사슴>
 

<파란 게와 어린이>

 

<서귀포의 환상>

 

이중섭에게

서귀포에서의 1년 남짓한 피난 생활은

그의 그림처럼

'환상'이었나 봅니다.

환상의 다른 말이 혹시 '꿈꾸어보는 희망'이라면

좀더 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24세 때의 이중섭입니다.

그 옆이 마사코.

 

1951년 12월 이중섭은

제주에서의 피난 생활을 끝내고 부산으로 떠났고

그의 마사코와 두 아들은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서글픈 삶이

그리운 삶으로 변화하는 순간입니다.

 

이중섭 미술관 옥상에 조성된 전망대

 

이곳에 올라서면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

넓은 캔버스 가득 펼쳐집니다.

 

이웃에게서 얻은 담배를 입에 물고

저 바다를 바라보았을

이중섭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우울한 식민 시대의 청년으로서

예술과 사랑과 생활에 대해

번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중섭

 

비오는 섶섬의 풍경 앞에서

시대는 혼란스러웠지만

그의 예술혼만은

저 소처럼

순수한 열망을 추구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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