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읍 송당리 민오름 자락에는
1958년 국립목장 당시에 세워진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귀빈사(貴賓舍)가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하면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모스크바'로 지목하고
초토화를 명령했던
1948년의 제주 4.3 사건이 어김없이 떠오릅니다.
1948년 4.3 사건이 지난 10년 후인 1958년
민오름의 송당국립목장 안에 세워졌던 별장 귀빈사.
그곳에서 그들은 어떤 상념에 젖었을까 궁금하여
민오름 보다 귀빈사로 먼저 향하였습니다.
동부산업도로 대천동 4거리에서 비자림 방향으로 가다가
대천2교를 지나면 길 오른쪽에
송당목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은 송당목장 안의 숲길입니다.
왼쪽으로 꺾으면
지금은 개인 소유로 넘어갔지만
옛 송당국립목장의 건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귀빈사는 이 길에서 곧장 직진하시면 됩니다.
귀빈사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송당목장 입구에서 약 800여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목장 입구에서
동물보호구역이니 차량출입절대금지라는 안내문을
순수하게 믿은 분들은 걸어오는데
그러나 대부분 방문객들은 차를 끌고 오게 됩니다.
귀빈사 입구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쉬던 팽나무가
이곳에도 있습니다.
귀빈사입니다.
이곳이 개인 소유로 넘어간 후
목장 직원의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방치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거실
침실
....
부하 직원들이 묵었음직한 외진 곳까지
용도도 다양한 방들이 생각보다 무척 많았습니다.
비자나무
무화과 나무
귀빈사 조성 당시 이곳으로 옮겨온
비자나무, 무화과나무, 동백나무 등의 정원수들만이
지금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이곳 별장 주인이
스스로를 귀빈(貴賓)이라 칭했듯이
이곳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민오름입니다.
민오름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성불오름입니다.
민오름은
귀빈사 앞 팽나무의 늘어진 가지 끝에 놓인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10여분이면 충분히 오르실 수 있습니다.
민오름에 오르면
사방이 훤히 트여
아,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오름 남쪽으로
방목 중인 말들이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습니다.
오름에서 내려다 보이는 목장지대
북동쪽의 오름들
너른 들판이 둥그렇게 오름을 감싸고 있는 정상은
저 푸른 하늘을 향해 맘껏 달려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21세기 최후의 낭만주의자가 되고 싶다면
이곳에서 한가위 달맞이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정상에서 한눈에 다 쓸어볼 수 있는
오름 속살에는
사진처럼 오래된 산소 하나가 보입니다.
이 민오름에서 흔히 보이는 화산석으로 돌담을 쌓았습니다.
산소 안의 문인석과 남근석이
독특한 양식을 보여줍니다.
동자석도 양쪽에 한 기씩 있는데
하나는 부서져 있었습니다.
오름 정상에 다투어 핀 야생화들
하늘을 보며 사는
제주의 꽃들인데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 민오름 인근은
4.3 사건으로 지금은 잃어버린
장기동이라는 마을이 있던 곳입니다.
송당목장과 대천2교 사이에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300여년 전 화전을 일구며 살기 시작했고
4.3 당시에는 40여호 가구에 15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48년 11월 26일 토벌대에 의해 마을이 전소되었고
이후 국립목장이었던 주변 땅이 개인회사 소유로 넘어가면서
지금은 출입마저 자유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제비꽃입니다.
바람도 없는데
상처받은 얼굴만 남아있는 것이
역사는 아닐 것입니다.
귀빈사에서 민오름으로
그리고 민오름에서 장기동을 거쳐 오면서
이곳을 불어간 바람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늘도 생생히 부는 저 바람을
어디서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바람 타는 제비꽃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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