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세계 자연 유산 거문오름

by 산드륵 2008. 7. 29.
728x90

 2008년 세계 자연 유산으로 선정된

선흘 2리 거문오름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짧은 인생의 어느 한 나절을

거문 오름에 바칠 생각입니다.

 

거문오름의 옛길은 잊기로 하고

새로 단장된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 봅니다.

 

오래 숨어 있었던

솔이끼 우산이끼가

8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로 몸을 드러냈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섶에는

이제 그 빛을 잃어가는 산수국이

홀로 남아

그늘에서 쉬고 있습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산수국이 고운 철을 놓치지 말고

이곳 거문오름에 다시 올라야겠습니다.

 

 

이곳 거문오름에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파놓은 갱도진지가 10여군데나 있습니다.

제주도를 최후의 보루로 삼고

군사기지화하려던 일본군의 움직임을

이곳 거문오름에서도 또 보게 됩니다.

사진은 거문오름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일본군 갱도 진지 동굴.

  

정상에서

저 멀리 보이는

다랑쉬 그리고 높은 오름

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오름 하나하나마다

제주사람들의 애달픈 사연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오름 정상의 기슭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곳 거문오름 탐방로는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게끔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의 입구입니다.

 

식나무 붓순나무

다양한 분화구 안의 식생도 신기하지만

용암이 흘러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용암협곡 또한 이곳 거문오름의 볼거리입니다.

 

용암이 흘러 바다로 바다로 흐르던 흔적들입니다.

거문오름은 지금으로부터 약 28만년 전 화산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지형경사를 따라 북쪽으로 흐른 용암류는 약 7km를 흘러

선흘 동백동산까지 흘렀다 합니다.

또한 거문오름에서 유출된 거대한 용암류의 흐름은

지표면 하부에 대규모의 용암동굴을 형성하였는데

이 용암동굴들은

용암의 표면이 식어서 먼저 굳어진 이후에도

내부의 용암이 계속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용암 내부의 긴 공간이라 합니다.

 

 

삼나무 군락지.

 

거문오름의 식생은

삼나무림, 낙엽활엽수림, 관목림 및 초지, 상록활엽수림 등

4개의 숲으로 구분됩니다.

 

숲의 단아함에 잠시 마음을 주고맙니다. 

 

수국의 일종입니다.

덩굴 수국...

 

 

식나무...

 

제주에서 멸종 위기에 있다는

천남성도 이곳에서는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일본군 갱도진지

 

갱도진지 안에 앉아서

잠깐 쉬어 갑니다.

 

이곳 거문오름에는

풍혈 자리가 여러군데 있습니다.

탐방로에서는 두 군데의 풍혈이 있는데

여름에는 차가운 바람을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탐방로가 생긴지 얼마나 되었다고

누군가 벌써 조물주를 찬양하는 낙서를 해놨군요.

 

화산탄 한 번 자세히 보십시오.

바위에 박혀 있는 고구마 모양의 화산탄.

화산 폭발 당시

공중에서 굳어진 용암 덩어리가

바위에 떨어져 박힌 것입니다.

 

초록 틈에서 여름꽃이..

  

한참을 걷다보면

수직 동굴도 보입니다.

동굴 윗쪽이 무너지면서 형성된 것입니다.

저 아래는 지하세계로 통하는 길이 있겠군요.

 

용암협곡의 사진이 흔들려서

거문오름 안내도의 사진을 옮겨왔습니다.

현장에서는 용암의 가는 길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데 아쉽군요. 

 

화산섬 제주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만장굴, 김녕사굴, 용천굴, 당처물동굴, 벵뒤굴 등

용암동굴의 어머니가 되는 곳입니다.

10만년에서 30만년 전 형성된 동굴들의 모태가

바로 이곳인 셈이죠.

 

폭염 속에서 한없이 걸으면

세상사가 잊혀집니다.

그래서 여름의 거문오름으로 오릅니다.

 

이제 저 산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잊었던 세상사를 되새기기 위해

다시 또 거문오름을 찾게 되겠죠.

 

가을과 겨울의 거문오름을 기다리며

내 생의 한 페이지를

이렇게 잊고

허공에 버립니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돝오름 기슭에는 비자림이...   (0) 2009.02.05
높은 오름  (0) 2008.11.22
제주의 오현  (0) 2008.02.29
커피 한 잔  (0) 2008.02.29
명도암  (0) 200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