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가운데
고요함을 찾으려면
명상
혹은
산책
...
자꾸 바닥으로 추락하는 마음을 다스려
길을 나선다.
다랑쉬의 벗은
용눈이가 아니라
언제나 함께 하는 구름.
내 시선을 먼저 붙드는 것도
저 고요히 흐르는 겨울 구름.
동거문이와 높은 오름에는 햇살
그들을 지나쳐
오늘은 돝오름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돝오름
평대리와 송당리의 경계에 걸쳐있는 돝오름은
바로 비자림의 뒷동산이다.
멧돼지를 닮았다고도 하고
멧돼지가 많았다고도 하여
돼지, 즉 '돝'오름이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오르기에 아주 가벼운 곳.
터벅터벅 걷고나니 정상에 다다른다.
아하!
둔지다!
정겹던 이들이
오름처럼 묻혀있는 저 곳을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
밭돌오름, 체오름도 한 눈에 잡힌다.
밭돌오름의 우공들은 잘 지내고 계신지 안부가 늦었다.
비자림이다.
오래전 비자림을 찾았을 때
257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나무마다에 이름표처럼 걸어놓은 숫자를 눈여겨봤는데
이미 그 수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때보다 지금은 그 수가 더 늘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수령 8백년에서 3백년
혹은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비자낭들까지
초록의 숨을 토해내고 있는 곳.
그 숨결과 함께 할 때도 좋더니
이렇듯
그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돝오름 능선을 따라 검은 뱀처럼 흐르는 산책로
요즘은 오름마다 오름을 보호한다고 저런 폐타이어 공법을 쓰고 있던데
뜻도 이해하고
현실도 인정하지만
이미 발바닥은 오그라들었다.
돝오름의 고운 화구
오름 안에 잠기고 싶어했던 이들은 어떤 이들일까?
망자는 말이 없는데요.
하늘색 지붕 집은 덕천리 소재의 양계장이다.
저 곳을 지표 삼아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아는 이들이 몇 있지.
저 길을 기억하는 이들아!
저기 어디쯤이
누구에게로 가는 길인지 단박에 알았으면
한번 이곳 오름으로 오거라!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으로 그윽도 하단다.
그처럼 멀리서도
풍경이 되어 지켜봐주는 이가
우리 모두에게 항상 있다.
돝오름의 소나무 산책길
하늘 맞닿은 곳에서 숲을 만나는 즐거움!
가는 길도 가볍더니
그 안도 가볍다.
능선이 부드러우니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독기도 저절로 풀어진다.
그저 모든 것은 뜬 구름
거기에 대고 칼질을 해봤댔자 고단한 습관만 더하게 되지.
우도와 지미봉을 바라보며
겨울 햇살을 즐긴다.
날 좋은 날
망상의 힘겨움 덜고 싶거든
얘들아, 이곳으로 오렴.
타박 타박 타박네의 노래 들려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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