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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금둔사

by 산드륵 200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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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두었던 2008년 여름 이야기를

한파가 몰아친 겨울 아침에 떠올려본다.

 

지난 8월

 

차를 끌고 호남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언제나 그리운 선암사, 송광사, 그리고 주암호

그 다정한 이정표가 스쳐가는 길로 들어서면

비로소 내 마음엔 평화가 젖어든다. 

 

그러나

자꾸 그 길로만 들어서게 되는 것도

무슨 업인가...

마음 속에는 전북 진안과 충청도 서산이 꽉 들어차 있는데

차는 승주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그리고 다시 지도를 꼼꼼히 살핀다.

출발 당시

예정에는 없었던 길 하나가 눈에 띠었다.

 

순천의 금둔사이다.

 

 

 

 

낙안읍성에서 선암사 가는 금전산 기슭의 금둔사

포도알같은 눈덩이는 요즘 침침하기만 한데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좋네...

 

 

 

 

금전산 금둔사

제주도의 소암 현중화 선생님 글씨이다.

절을 찬찬히 둘러보고

이 글을 써 올렸다는데

소암 선생님이 가신지도 벌써 몇 해던가...

 

 

 

 

 이 이쁜 돌다리

금둔사 홍교는

선암사의 승선교와 형제지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폐허로 버려졌던 이 금둔사로 들어와

돌조각 하나하나 다시 모아

오늘의 금둔사를 이룬 분이

바로 선암사의 지허스님.

 

선암사의 차 기운이

그대로 금둔사로 옮겨왔다.

 

기억이 아슬아슬하긴 한데

산신각인 듯싶다.

맑은 물 한 모금 얻어먹고 걸어오르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선 차만큼 꽃들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납매화와

그리고 철따라 피는 산수유, 연산홍, 호랑가시, 동백...

 

여름이라 만날 수 없었던 납매화는

음력12월 납월에 피어 납매화라는데

언제나 인연이 닿기도 하려나...

아마 지금쯤 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빗방울이 커지기 시작한다.

부처님도 옷소매를 적시기 시작한다.

중생이 아프면 함께 아프고

중생이 젖으면 함께 젖는 우리 불보살님.

그래서 빗속에서도 합장한 손을 놓기가 싫다.

 

돌조각에 손톱으로 부처를 새기듯

마음에 부처를 새겨라.

 

정신을 놓고 살다가도

결코 잊지는 않게...

 

무심한 바위에서 하나둘 나투시듯

 

 

내 마음에서도 볼록

묘진여성이 드러나기를...

 

빗줄기가 세차졌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

마침 지허스님께서 나오셨다.

 

스님의 방에서 

빗줄기가 누그러들 때까지

차를 마셨다.

시간은 벌써 저녁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스님께서는 공양시간을 놓쳤고

나는 처음 계획한 오늘 일정을 놓쳤다.

 

그러나 비가 고맙다.

...

 

 

 

폐허가 된 금둔사지에 남아있었다는 삼층석탑과 석불비상

그중 1979년 복원한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며

보물 제945호로 지정되어 있고

석불비상은 보물 제 946호로 지정되어 있다.

 

 비석같다 하여 석불 비상이라 불린다고 한다.

 

 

 

석탑과 석불비상에 대한 소개...

 

그런데 또 다시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흐린 날이라 그런지 일찍 어두워지고 있다.

 

오늘 저녁 머물 곳도 결정하지 못한터라  조금 서둘러 나왔다.

 

**

 

벌써 가물가물한 여름이야기.

사진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지허스님 사진은 어디 갔나...

그 빗속의 막새들은 또 다 어디로 갔나...

 

시간은 오직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는 오직 공이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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