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황사를 만났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그곳 역시 황사가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황사를 뚫고
부안 나들목을 지나 고창 방면으로 달리다가
개암사를 만났습니다.
능가산 개암사
일주문 현판 위에 12지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조선의 시인 매창이 좋아했다는 이 개암사 가는 길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매창아!
사랑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로우니
사랑도, 미움도 다 털어내 버리고
바람처럼 떠돌아도 좋으리라.
전북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개암사
개암사 대웅보전 뒤로 울금바위가 보입니다.
진표율사의 부사의방, 원효스님의 원효방 등 세 개의 동굴이 있다는 울금바위
개암사의 죽염은
1300여년전 진표율사가
부사의방에서 수행하면서 만들던 비법을 전수받은 것이라 합니다.
산정상의 울금산성은
백제의 마지막 저항군들이 최후를 맞은 곳.
개암사를 다시 한번 찾을 때는
울금바위에 먼저 오르리라 다짐합니다.
개암사 대웅보전
이곳이 개암이라 불리게 된 것은
변한의 문왕이
진한과 마한의 공격을 피해
이곳에 성을 쌓을 때
우장군과 진의로 하여금 각각 좌우 계곡에 궁궐전각을 짓게 하였는데
그때 동쪽을 묘암, 서쪽을 개암이라 부른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대웅보전 현판 위에
연꽃과 봉황, 용, 귀면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백제 무왕 35년(634) 묘련 스님이 창건했고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탄 것을 조선 인조 14년(1636) 계호 스님이 중건하였습니다.
보물 제 292호 대웅보전 내부
석가여래를 본존불로 모시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봉안하였습니다.
지혜의 푸른 눈을 지니고
가엾은 중생들을 위해 보현행을 실천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인듯합니다.
대웅보전 천정의 용
이곳에는 용이 9마리, 봉황이 13마리라는데
모두 헤아려 보지는 못했습니다.
여의주...
그게 무엇이겠습니까?
눈, 귀,코, 입, 촉, 그리고 생각이
색, 성, 향, 미, 촉, 법을 만나
온갖 망상을 다 세우지만
그것은 모두 업의 덩어리...
참다운 여의주는
'나'라고 믿어온 망상에 가려진
참마음이라...
스승은 말하길,
소를 끌고 문앞에 당도하였어도
저 꽃살문을 열고
마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다 토끼뿔이라 하셨으나,
도무지 저 문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웅보전 처마밑에서
봄향기를 맡는 용...
저러다 여의주를 떨어트릴라!
무엇에 쓰던 물건이고?
사람의 마음이 떠나면
모든 게 다 그저 돌덩이
개암사 지장전에 모셔진 석불좌상
청림리에서 발견된 것을 여기에 모셔왔습니다.
두 손에 고이받친 보주.
그대의 보주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묻고 있는 듯합니다.
제 마음을 밖에서만 찾는 사람은
제 품 안에 보석이 있는 줄도 모르고
헐벗고 굶주린 채 세상을 떠도는
가난한 사람과 같다는 부처님의 경책이
새삼 내게로 다가온 회초리가 되어 아프게 닿습니다.
응진전에 들렀습니다.
석가여래 좌우로 제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난이며, 가섭이며, 또...
몇 년만에 다시 찾은 개암사
호랑가시나무도 여전한데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살아서
시원하게 깨달을 수 있다면
뒷일이야 무에 걱정이겠습니까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