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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둔지오름...아껴둔 풍경을 풀어버린다

by 산드륵 2009.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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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둔 풍경 하나.

 

이제는

 

그걸 풀어내버릴 때가 되었다.

 

 아침 안개 속에서

 지울 것은 지우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남은 자리

  

 둔지오름

 

오늘 그 앞에 섰다.

 

구좌읍 한동리의 둔지오름

 

'둔지'라 불리는 이 오름 일대는

이곳을 기억하는 인접한 지역 사람들에게

평소에는 무시하고 사는 

애틋함, 서러움, 춥고 시림, 멀고 먼, 그리움 등등의

뭐 그런 감정으로 읽혔었다.

     

 그 둔지로 향하는 길.

 

 표지석 뒷편으로 난 길을 피해

 남서쪽 능선을 택했다.

 

 길 앞에서 숨이 탁 막히는 이 감정은

 참 오랫만에 느껴보는 것이다.

 

 말굽형 굼부리 안쪽 품에 안긴 수많은 알오름 

  

 시간을 등지고 앉은 저들의 마을엔

 바람조차 없으니

 살아서 이 땅을 밟은 자 역시 걸음을 재촉할 이유가 없다.

 

 풍경을 바라보며

 옛 선사가 남긴 법성게에 귀를 기울이다가

 내 생의 시간을 놓쳐도 그저 그만일 뿐.

 

 法性圓融無二相 (법성원융무이상)
 법의 성품은 둥글고 오묘하여 두 모습이 없으며


 


 諸法不動本來寂 (제법부동본래적)
 모든 법은 본래 고요하여 움직임이 없으니


 

 無名無相絶一切 (무명무상절일체)
 이름도 없고 형상도 없고 일체가 다 끊어져


 

 證智所知非餘境 (증지소지비여경)
 알아야 할 대상은 증지이지 그 외의 경계가 아니네


 

 眞性甚深極微妙 (진성심심극미묘)
 지극히 미묘하여 깊고 깊은 진성이여


 

 不守自性隨緣成 (불수자성수연성)
 자성을 지키지 않고 인연따라 이루네


 

 一中一切多中一 (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속에 모두 있고 모두 속에 하나 있어


 

 一卽一切多卽一 (일즉일체다즉일)
 하나 곧 모두이고 모두 곧 하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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