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 헤메는 맛을 아시는가.
더구나 처음 발견한 산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성산포 방향에서 바라본 석벽의 아름다움 때문에 늘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이름조차 알려하지 않았던 말미오름
산길을 타고 달리던 중
능선이 고와 멈췄는데
그게 바로 말미오름이라는 걸
앞서 걷는 '올래를 걷는 사람들'을 통해 알았다.
그런데 몇 걸음 놓고 뒤돌아서니
어느새 오름의 여왕, 다랑쉬가 등 뒤에 있다.
능선을 오르자마자 정상
감탄을 품을 시간도 없이
정상에 올라서 버렸다.
정상의 풍경은 이렇다.
갑작스레 만난 성산포와 우도
해안의 고운 선까지 모두 이곳에 있다.
바로 곁에는 지미봉
먼 곳만 주시하다 문득 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오름 정상에 있던 무덤이 천리해 가면서 두고간 비석인 듯하다.
이곳을 사랑했던 사람을 위해 남기고 간 것이라면 모르되
행여나 잊고간 것이라면
어느 후손님께서라도 어서어서 모셔가야 할 듯싶다.
뜻하지 않게
정상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말미오름 산책
깨달음의 정수에서도 시선은 이처럼 아래를 향하겠지.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뜻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말미오름 숲을 헤매며 발견한 풍경
능선에 서서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답다.
시흥초등학교 부근에서
이 말미오름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는데
우리는 지금 정상에서 그 길로 내려가는 중이다.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마도 아름답겠지...
이 능선에서 저 능선을 바라본다.
수중에서 분출하여 오름을 형성한 후
그 분화구 안에
또 다른 오름이 솟아올랐다는 이중 화산 말미오름
오름 안에서는 저 멀리 세간만 바라보다가
오름을 벗어나서야 그 모습을 제대로 바라본다.
항상 떠도는 마음에게
내 안은 언제 들여다보려 그러냐고 묻는다면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아닌가
이렇게 말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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