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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상견성암

by 산드륵 200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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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 마음에 품었다.


 

월출산 상견성암 가는 길


 

도갑사 도선국사비 옆 대숲으로 들어가라는

말 한 마디 믿고 들어섰지만

상견성암 가는 길은

눈 돌리는 곳마다 대숲이었다.


 

아는 것을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저 흐르기로 했다.


 

 월출산 자락의 아름다운 바위


 

 저곳 어디에 견성의 자리가 있을까.


 

수없이

바로 지금 이 자리

한 티끌조차 없는 그 자리가

바로 불성의 자리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그래도 길을 찾아 나서매

마음은 괜시리 부끄럽고 슬퍼진다.


 

산 하나 마음에 품고 얼마를 걸었을까.


 

중견성암터의 맷돌이 보인다.

도갑사를 중창한 수미왕사 당시

이곳 도갑사의 암자는 12개에 달했는데

그중 이곳이 중견성암 자리라 한다. 


 

그러나

노적봉이 더욱 뚜렷해질수록

어디로 무엇하러 가고 있는지조차 잊는다. 


 

걸음이 상쾌해질 때쯤

바위틈! 상견성암!


 

청화스님 향기가 이렇게 푸르디 푸르렀을까.

 

그리운 사람

 

어느 겨울날 어느 마을에선

찢겨나간 고무신을 철사줄로 얽어매고

불사를 위해

얼어버린 겨울 산길을 따라 마을을 다녀가시곤 했다는데

이곳에서 지낸 78년, 79년, 80년 

그 시절의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그리고

지금 그의 향기를 좇아온 나의 수행의 모습은 어떠한가. 


 

잠시 아득한 상념 때문에

문득 눈 앞에 나타난 상견성암을 바라보면서도

얼른 다가가지 못하고 잠시 걸음을 지체한다.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상견성암


 

관세음보살님,저 왔습니다.


 

길의 끝에

님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님의 향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오는 길에

설령 한 소식도 얻어듣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탓하지 않는 님.


 

깊은 골짝 견성의 자리

그곳에서

이곳을 거쳐간 향기로운 사람들을 떠올린다.


  

용쟁호투하였으리


 

큰 자유를 향한 길에서

스스로를 저 바위 아래로 던져 버렸으리.  


 

간소한 살림살이

 


그러나

좌정한 자리 밑으로는

숨은 강이 흐를 것인가.


 

모든 것을 접고서 한 생을 보낸다 해도

외롭지 않을 듯한 평화로움이 묻어 있는 곳이다.

 

눈이 시리다.

마음이 시리다.

인연 아닌 손님에게도

큰 자리 내어주는 이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만 깊은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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