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가사의佛家思議

윤필암 사불바위

by 산드륵 2009. 12. 29.
728x90

 

몹시도 추웠던 12월의 오후

사불산 사불바위를 찾아가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바람 찬 겨울길에 동행한 낮달

그대는 누구의 그림자더냐.

얼어버린 내 이마 위에

잔잔한 달빛 던지는 그대로 인해 마음이 시리다.

 

점촌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산골마을 전두리에서 내린 후

대승사를 지나고 걸어 걸어 도착한

사불바위 아래 윤필암.

 

대승사의 산내 암자인 이곳은

고려 우왕 6년1380년 각관 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서

청담스님의 속가 따님이셨던 묘엄스님이 출가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묘엄스님은 성철스님께서 직접 머리를 깎아 출가시켰는데

지금은 전국 3대 비구니 사찰 중의 한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윤필암의 사불전

 

사불전은 따로 부처님을 봉안하지 않고

사불바위를 향해 예배드리도록 되어 있다. 

기도 중인 스님이 계셔서 이곳에서 사불바위를 바라볼 수는 없었다. 

 

 

사불전 위에 자리한 통일신라 시대의 삼층석탑

깍아지른 바위 위에 서 있었는데

가는 길이 없다.

해가 차츰 기울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주위를 탑돌이하듯 맴돌다 내려온다. 

 

가을날의 흔적이

겨울 속 군데군데 남아있는 사불산

언 몸을 마땅히 녹일 틈도 없이 사불바위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산길 중턱에 어느 님의 부도...

벗어버린 몸이 춥지는 않으리.

 

안내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샘물에 목도 축이고 다시 길을 올랐다. 

 

걸어온 저 길 사이로

바라보이는 산색이 문득 다르게 느껴진다.

 

붓다가 가까이 있음이다.  

 

 

붓다!

 

 

어디든 오시지 않을 이유 없는 붓다!

 

진공묘유 

 

그 도리를 알 때

비로소 마음도 쉬거늘

어찌 이리 춥고도 먼길을 훠이훠이 걸어만 가는가!

 

 

사람의 집들이 보인다.

붓다가 천천히 저 길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을 염원한다.

 

 그 중간에 윤필암

 

그리고 윤필암 윗쪽의 묘적암 

고려말 나옹선사가 출가한 곳으로

성철, 서암 스님 등이 그 뒤를 이어 수행정진했던 곳.

 

묘적암 마당의 바위에는

나옹선사가 뿌린 물방울이 튀면서 새겨진  마음 심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사불바위 가는 길에 탑을 이룬 소원, 소원들.

그래서 나옹선사는 노래했는가.

 

靑山兮要 我以無語(청산은 날더러 말없이 살라 하고)

蒼空兮要 我以無垢(창공은 날더러 티 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 無憎兮(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 而終我(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하네)

 

 


 

 

'불가사의佛家思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해 두타산 삼화사   (0) 2010.01.18
갓바위 부처님  (0) 2010.01.01
해남 달마산 도솔암  (0) 2009.09.18
상견성암  (0) 2009.09.15
도갑사  (0) 2009.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