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4일-형상에 의지하지 마라
도갑사를 다시 찾았다.
근 10여년만의 일이다.
국보 제50호 해탈문은 완전 해체되어 있었다.
보수 공사 중이다. 항상 하기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그러나 흐르는 가운데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 잘 판단할 일이다.
첫 계단부터 따르는 질책-모든 것이 변화하는 가운데 너 혼자만이 항상한다 생각하였느냐? 풋!
낯익은 풍경
도갑사 대웅보전
보물 1433호 도갑사 오층석탑
인사 먼저 올렸다.
오늘은 제게도 목적이 있사옵니다.
가고픈 곳, 상견성암이 이 산 저 골짝 깊은 곳에 있습니다.
잘 안내하여 주소서.
도선국사비각
월출산 남쪽
도갑산(해발 376m)을 등지고
주지봉을 바라보서 선 도갑사는
신라말 헌강왕 6년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
도선국사에 대해서는 많은 전설이 뒤따른다.
그 탄생의 일화 역시 한두가지가 아니다.
겨울에 성기동(聖起洞)의 한 처녀가
통샘에서 빨래를 하다가 오이 하나가 관음천을 따라 떠내려오자 그것을 건져 먹었다.
그 후에 처녀가 아이를 배어서 낳게 되자
부모가 부끄럽게 여기고는 아이를 구림의 국사바위 위에 버렸다.
처녀가 가서 보니 비둘기가 내려와 아이에게 날래를 깔아주고 먹이를 갖다 주면서 기르고있었다.
그 부모들도 신기하게 여겨서 아이를 데려다 기르니 아주 영특하였다.
비둘기숲 즉 구림(鳩林)이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도갑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구림동을 만나게 되는데 한번 둘러볼 만한 곳이라 여겨졌다.
도선국사의 비보설(裨補說)은
땅기운의 성쇠에 따라서 왕조의 흥망이 결정되지만
땅의 결함을 사람의 힘으로 보충하여 기운을 왕성하고 순하게 돌릴 수 있다는 지리설이다.
이 비보설로 곳곳에 비보사찰(裨補寺刹)과 비보탑(裨補塔)이 출현하게 되었다.
진화문
고승들의 부도탑이 도갑사의 역사와 함께 한다.
용화문
미륵의 세계로 가는 길
석조 여래 좌상
통일신라 시대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투박한 고려시대 불상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여래상이다.
보이는 대상을 살필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살피고 가라 하신다.
천불전
국사전
국사전의 수미왕사
도선 국사의 창건 이후
도갑사가 또 한번의 중흥을 일으킨 것은
1456년 조선 세조 2년 수미왕사에 의해서였다.
수미왕사는
이곳에 966칸에 이르는 당우와 전각을 세웠는데
부속 암자만 해도
상동암, 하동암, 남암, 서부도암, 동부도암, 미륵암, 비전암, 봉선암, 대적암, 상견암, 중견암, 하견암 등
12개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조선 숙종 8년에 만들어진 석조
연꽃을 띄우거나 쌀을 씻거나 간에
마음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
한참을 노닌다.
도갑사 성보 박물관으로 들어왔다.
문수동자상이다.
사자를 타고 진리를 묻는 자에게 사자후를 하시려 한다.
해탈문에 있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목조상 가운데 유일한 것으로 보물 제 1134호로 지정되어 있다.
바로 옆에는 보현동자상
코끼리를 타고 있는 유일한 형태의 목조 보현동자상이다.
보현의 행원을 코끼리처럼 큰 걸음으로 걸으며 실천하라는 뜻인가 싶다.
도갑사 관세음보살 32응신도
조선 인종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왕실에서 제작 도갑사 대웅전에 봉안했으나
전란 중에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 일본 교토의 정토종 지은원(知恩院)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도갑사 성보 박물관의 불화는 모사복원된 것이다.
1995년부터 시작된 도갑사 발굴 작업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성스러운 신앙의 대상이기에
도갑사에서 모시기를 강하게 뜻하였으나
'매장문화재가 발굴될 때는 국가소유로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도갑사가 아닌 목포대학 유물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게 되었다.
현 정부의 문화재청장 이건무가
이완용의 자손인 것을 구태여 들먹일 필요는 없다마는
2009년, 불교 미술 분야 문화재 98점의 명칭을 바꾸면서
'여래', '범종'이라는 불교 고유의 성스런 단어조차 구실좋게 삭제하고
불, 청동종이라는 보통명사로만 쓸 수 있게 하였으니
이는 일제 강점기의 문화정책보다 더한 비열한 짓.
불교계에서는 더이상 수치를 당하지 말고
모든 성보문화재의 반환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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