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그리워 한다는 것은
그 풍경이 품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남 해남군 달마산 도솔봉 도솔암 가는 길
산을 오른다기보다는
하늘을 향해 산책을 하듯 걷기에 좋은 길
하늘에도 길이 있다면
아마 이와 같이 내려보고 있으리.
이 산길에서
이 길을 먼저 걸었던 청화스님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분의 향훈을 생각한다.
사람에게 향훈이란
아마 이처럼
옛길에서 만나는 아슬아슬한 능선과도 같이 그립고
아슬아슬했던 의문이 탁 트이는 시원함에 문득 콧날이 시큰해지는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도솔봉의 도솔암을 만났다.
도솔암은 바로 인근의 미황사를 창건한 신라 경덕왕 때의 의조선사가
미황사를 창건하기 전 수행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때에 돌배 한 척이 많은 경전과 불상 등을 모시고 산 아래 사자포구에 들어왔다. 그 날, 달마산에서 공부하던 의조대사 꿈에 자신을 우전국(優塡國, 인도) 왕임을 밝힌 금인(金人)이 나타나 경(經)을 봉안하고 절을 세우라고 했다.-조선 숙종 병조판서 민암의 <미황사 사적기>
미황사에 앞서 창건된 이 도솔암은
정유재란 당시 달마산으로 퇴각하던 왜구에 의해 소실되었지만
수행깊은 선사들이 찾아들며 그 인연의 터를 지켜오다가
2002년 법조 스님에 의해 현재와 같이 다시 중건되었다.
좌복이 성불하랴...
등잔불이 성불하랴...
좌복 위에 앉은
등잔불로 인해 밝아진 세상을 보는 그것
이뭣꼬?
"그 법은 어떤 법인고 하면 부처님의 실상, 우리 마음의 실상을 바로 관찰한다는 것입니다."-청화스님, 정통선의 향훈
"실상관은 천지우주를 하나로 보는 것입니다. 하나로 보거니 어떻게 내가 있고 네가 있겠습니까? 둘로 볼 때 벌써 거기서 죄가 발생합니다.
죄는 딴 것이 아닙니다. 천지우주가 하나의 부처인데 둘로 보는 것입니다."-청화스님, 정통선의 향훈
잠자리 난다.
"다만 내가 업장에 가리워져 모를 뿐, 내 본바탕, 천지우주 바탕은 실상묘유요 진공묘유다. 이러한 생명의 활력이 관세음보살이다."
산이 깊다.
골 깊은 곳에 삼성각도 들어서 있다.
풍경이 좋다.
한때 살다갔지만
그 사람의 향훈이 있어 더욱 좋은 풍경이다.
이곳에서
생명을 바칠 공부가 무엇인지 알고 간다면
그 더욱 좋지 아니하랴!
2009 여름도 간다.
하늘로 가는 길 도솔암에도
이제 가을이 스며들고 있겠다.
마치 하늘의 향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