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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북돌아진 오름

by 산드륵 201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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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행장을 꾸린다.

가방에 물 한 병 담고나니 더 필요한 게 없다.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건지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주섬주섬 나침반을 목에 건다.

그러고나니 더더욱 필요한 게 없다. 

 

 

애월읍 봉성리 '북돌아진 오름'을 찾았다.

산 정상 등성마루 양 끝이 솟아오른 모습이

마치 북이 달려있는 것과 같다 하여 '북 돌아진 오름'이라 불리는데

괴오름과 하나로 붙어 있는 특이한 형체의 오름이다.

 

  

말굽형 분화구는 숲에 가려 있어

쉬 만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에

먼저 가파른 주봉을 향해 오르고 낮은 기슭을 따라 내려오기로 했다.  

 

 

처음 보는 산야초

 

기슭을 따라 꽃길을 내었다.

 

낮은 인사를 나눈다.

 

가파른 경사 위에서 보라빛으로 웃는다.

 

나는 꽃이 아니다.

643m의 낮은 오름이지만 가파른 길로 쉬지 않고 올라서인지 심장에 통증이 온다.

웃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나뭇잎은 비처럼 내려 쌓이고 길은 완만해져 통증은 곧 간데없다.

       

북돌아진 오름 정상에서 만난 꽃들도

사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구나.   

 

커다란 북이 매달린 것처럼 솟아올랐다는 북돌아진오름의 암벽

그 건너 편으로 폭낭오름이 보인다. 

  

정상에서 바로 마주 보이는 폭낭오름이다. 

 

북돌아진오름의 정상은 숲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두 군데의 하늘을 향해 트인 곳에서만 세상을 조망할 수 있다.   

 

가까이에는 왕이메 오름.

산체만 남고 곶자왈은 골프장으로 변했다. 

산체만 오름이라 생각하기에, 

오름의 상반신만 남기고 하반신인 곶자왈과 초원에는 무자비한 삽질을 계속한다. 

 

이달오름, 새별오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차장과 도로 확장으로 오름의 너른 품들은 이미 잘려나간지 오래다. 

 

한 철 피어 사라질 꽃들. 

 

그러나 어찌 그것이 꽃들만의 일이랴.

 

  

멀리 금악봉 

 

 

당오름, 정물오름 

 

  

바리메와 노꼬메 

 

 

산에서 인간사를 생각하니

두 송이 꽃처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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