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 아침
다시 보리암을 찾았다.
얼음 거울처럼 차고 맑은 겨울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경남 남해군 상주리 보리암
300리 아름다운 바닷길 한려해상이 보리암으로 오르는 길을 함께 한다.
강화도의 보문사,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과 더불어
3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이름난 보리암
금산의 절벽에 의지하여 섰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전생에 설산동자였던 시절,
오직 진리를 얻기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졌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설산동자는 청정한 설산(雪山)에서 무상대도(無上大道)를 구하기 위해 고행 중이었다.
그때 하늘의 제석천왕(帝釋天王)을 비롯한 많은 천신들이 그 고행자를 보며 생각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저 고행자는 청정설산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갖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수행에만 힘쓰고 있다.
저 고행자는 무엇을 위해 저토록 힘든 고행을 닦고 있는 것일까?
이때 궁금증을 풀지 못한 제석천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유컨대, 마갈어가 수억만 개의 알을 낳지만, 그 알이 모두 부화되어 큰 물고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마찬가지로 무상대도를 이루겠다고 발심(發心)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무상대도를 성취하는 자는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저 자가 참으로 진금(眞金)인 줄 알려면 태워보고 갈아보고 두드려 보아야[燒磨打] 한다.
그리고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사람을 잡아먹는 흉측한 나찰귀신으로 모습을 바꾸어 설산으로 내려가서
동자가 수행하는 근처에 앉아 게송을 읊었다.
諸行無常 이 세상 모든 것은 항상함이 없나니
是生滅法 이것이 나고 죽는 세간의 법이다.
설산동자는 나찰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법도 설해주기를 청했다.
그러자 나찰은 배가 고파 더 이상 게송을 읖을 수 없으니
동자의 피와 살을 준다면 나머지 게송도 읖어주겠다고 하였다.
이에 설산동자는 기꺼이 피와 살을 줄테니 나머지 구절도 읖어주기를 청했고
나찰은 나머지 구절을 읖조렸다.
生滅滅巳 그러므로 생멸마저 멸한다면
寂滅爲樂 고요하고 고요한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되리.
나머지 게송을 듣고 난 설산동자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절벽같은 나찰의 입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 순간 허공에서는 온갖 음악 소리가 울려퍼졌고,
나찰은 제석천의 모습으로 돌아와 설산동자의 몸을 허공에서 살며시 받아 내려놓았다.
제석천왕을 비롯한 여러 천인들은 설산동자의 발 아래 예배하며 찬탄하였다.
보리암
신문왕 3년(683) 원효대사가 초막을 짓고 수도하다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이 산을 보광산이라 이름하고 수도하던 곳을 보광사라 하였으니
이것이 보리암의 시초가 된다.
해수관음보살과 삼층석탑
슬픔을 치유하는 이
'나'라는 아상이 있을 때 동서남북이 생길 뿐
'나'라는 아상이 사라지면 모든 상대적 관념이 소멸함을 보여주듯
이 관세음보살이 서 있는 자리에서는
나침반도 방위를 찾지 못한다고 한다.
삼층석탑
가락국의 허태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으로 조성되었다고 전해지는 석탑
경상남도 유형문화제 제 74호로 지정되어 있다.
삶이 꿈과 같다.
보광전에 참배하였으나
기도객이 많아 사진은 접었다.
그대신 만불전에 들러 참배하고
소중한 사진 한 장 얻는다.
저 아래로 보이는 전각은 선은전
태조 이성계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서원을 세우고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마치자
보광산 산신령이 나타나 이 산을 비단으로 둘러준다면 너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하자
이성계가 반드시 그리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훗날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비단으로 이 산을 모두 감쌀 수는 없기에
비단 금(錦)자를 내려
산의 이름을 보광산에서 금산으로 바꿔 부르게 하였다고 한다.
이성계의 꿈도 한 잎이고
사그락거리는 민초의 꿈도 한 잎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세상의 모든 슬픔을 안고가는 관세음보살의 눈길이
저 바다에 머문다.
저 바다에 슬며시 손을 대면 마음이 아려올 것만 같다.
새해를 맞아 더 늙어서 그런가 보다.
'불가사의佛家思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성 와룡산 운흥사 (0) | 2013.01.12 |
---|---|
남해 용문사 그리고 백련암 (0) | 2013.01.11 |
남해 화방사 (0) | 2013.01.09 |
남해 망운산 망운사 (0) | 2013.01.08 |
전남 광양 무등암 (0) | 2012.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