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1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대숲 사이에
멈춰서서 천천히 숨을 고른다.
경주 남산 봉화골의 칠불암
국보 312호로 지정된 일곱 부처님이 계신 곳
산비탈에 축대를 쌓아 사방불을 모시고
뒤쪽의 병풍바위에는 삼존불을 새겨넣었다
마땅히 공경받을만한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
당당한 그 모습에
마음이 시원해진다.
과연 대장부답다.
사방불
화려한 연화대에 좌정했다.
사방불은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손모양을 하고 있다.
어느길로 어떻게 올라왔던지
손을 내밀어 이끌어 올려주실 것이다.
당당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시름이 다 녹는다.
삼층석탑은 복원을 기다리는듯한데
누군가는 부수고
누군가는 다시 쌓아 올리고
그런 것이 인간사인가.
칠불암 요사채
칠불암에는 물이 귀해서
산 아래 우물에서 길어다 먹는데
올라올 때 물 한 병씩 길어와 공양하는 마음을 낸다면
이 산길을 밟는 모든 이들에게 복전이 된다는 사실을 늦게야 알았다.
물 한 병 공양하고
산 정상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부처의 뜨락에서 노닌다.
칠불암
칠불암에 올랐어도
물든 마음이 남아있다면
그것도 인연이다.
칠불암 마애불 옆으로 걸어들어가
절벽을 타고 오르면
그곳에 천상이 있다.
신선암 가는 하늘길
마주보이는 건너편으로는
암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혼자서 저 낭떠러지 틈을 굽이 돌아야 한다.
바람에 기우뚱거리는 바위구름
낭떠러지 아래가 칠불암이다.
절벽을 짚고 들어오니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
나는 이토록 조바심을 내며 걸어왔는데
보살은 한쪽 발을 편히 내리고
구름 위에서 노닐고 있다.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보살처럼 한쪽 발을 편히 내리고 앉아
이 아름다운 인연에 기꺼이 행복해한다.
돌아보면 하루를 전전긍긍하며 평생을 살다가
어찌저찌 이곳까지 찾은 이들에게
한손에는 꽃을 들고 한손은 가슴까지 올려
축원해 주시는 신선암 마애보살.
바위구름 위에 함께 앉아 노닐며
이미 행복했으니
이보다 귀한 설법이 어디 있으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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